허수아비
햇살 좋은 들판에
코끝 찡한 미풍 불어올 쯤이면
구멍 뚫린 미소를 짓는
사내가 옷깃을 날린다
따사로운 햇살
아프지 않을 그 미소에 닿으면
개벽하지 못할 세상 숨죽여
그 사내에 옷깃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린다
가는 미풍에도
휘청거릴 수 있기에 서 있다
그렇게 가는 흔들림에도
허튼 눈물 흘릴 수 없기에
타는 저녁 노을 속에서도
눈부신 아우성의 들녘을
온 가슴으로 안는다
햇살 좋은 들판에
코끝 찡한 미풍 불어올 쯤이면
그 사내의 미소에는
먼 길 떠나려는 나그네의
아픈 설래임이 그려진다
作: 江熙
05.04.29.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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