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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走馬看山)

2006.11.29 12:22

박영호 조회 수:472 추천:51


주마간산(走馬看山)

옛말에 주마간산(走馬看山)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달리는 말 위에서 먼 산을 본다는 뜻이지만, 우리가 어떤 사실이나 사물을 대충 어림으로만 보아 넘기거나, 아니면 조금 그릇되게 보거나 바르게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처럼 어떤 사실이나 사물에 대해서 그 내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고, 대강 어림으로 보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
바로 며칠 전 모 신문 전면 광고란에  ‘한글 10일만에 가르치기’란 글을 읽고, 필자는 바로 이 주마간산이란 말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이 광고는 꽤 오래 전부터 이곳 저곳에 게재 되었던 것으로 아는데, 전면 광고까지 나와 서 읽어 보았다. 그리고 이 ‘한글 10 일만에 빨리 가르치기’ 란 광고가 무언가 우리에게 ‘우리말 10일만에 빨리 가르치기’’로 오도될 수도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10 일이면 동화책을 줄줄이 읽는다고 했는데. 이것은 소리만 내어 읽을 뿐. 그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종의 읽기 지도일 뿐이다. 그리고 정식 국어 지도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든지 10일이면 가르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몇 년을 배워도 동화책도 못 읽던 아이들이 동화 신문 줄줄이 읽어’ 라는 소제목과 함께 그에 따른 설명이다,
어머니의 그림과 어머니란 단어를 통해서 그 뜻과 읽기 쓰기를 병행 지도하는 고국의 국어 교육방법이 그릇되었다고 정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많은 국어학자들에 의해서 수십 년간 연구 실행되고 있는 고국의 국어 교육이 일언지하에 폐물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파급된 문제가 바로 ‘한글 10 일만에 가르치기’가 ‘우리말 10 일만에 가르치기’처럼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분이 10일만에 가르칠 수 있는 것은 한글뿐이다.
사실 교사의 지도능력에는 큰 차이가 있고, 특히 이곳 한국학교 교사들 중 국어 지도 전문교육 없이 봉사와 열성으로 가르치시는 분들도 많고, 또한 이곳 국어 교육은 고국의 국어교육과는 또 다른 교육 목적이나 교육과정과 별도 교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들은 별개의 문제다.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국어 교육의 첫째 목적은 우리말을 말할 수 있고 듣고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쓰고 읽는 것은 다음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효과적인 지도방법은 말과 글자를 병행해서 함께 지도하는 방법이다.
강습회 참가비가 이백 불씩이나 되어서 찾아가 보지 못했지만, 구음 법칙이란 말과 소리 글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모음과 자음의 배합에 따른 소리 내기를 근거로, 혀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통해서 음성학적으로, 혹은 반 암기식 등의 방법으로 10일 내에 빨리 지도하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조금은 혼란스러운 사실들이 많이 눈앞에 어른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마다 발길을 멈추고 먼 산의 모습을 바르게 꿰뚫어 보는 지혜를 지녀야 할 것이다. 더욱이나 요사이는 세상이 빠르게 변해간다. 새로운 것도 순식간에 또 다른 것으로 바뀌어 간다.  이제는 주마간산이란 말 대신 '너무 빨리 지내가는 차를 보듯이' 란 뜻으로 주차간산(走車看山) 이라고나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