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 성백군
오랜만에
화창한 날이다
땅에 봄이 왔다고
하늘이 봄맞이 전령사로
따뜻한 햇빛을 내려보냈나 보다
살랑살랑
뒤따라온 바람은
등줄기에 앉은 연인의 입김
겨우내 주눅던 감성이 일어선다
아픈 아내의 손을 잡고
호숫가 들길을 함께 걷는다
서로 의지하며 부추겨주고 붙잡아주다 보면
불편함이 오히려 감사가 되고
고난은 사랑의 씨앗이다
갓길 거친 들에
쑥, 억새, 어저귀, 엉겅퀴, 개망초, 강아지풀,
저것들이 겨울을 지나느라 허옇게 줄기가 다 말라
죽은 줄 알았는데, 인적 없이도
허물 벗고 나온 애벌레처럼 그 속에서 싹이다.
귀엽다고, 꽃피우고 벌·나비 춤춘다
봄, 그저 왔다고
값없는 것 아니다
흘려보내면 공짜가 되지만 맞이하면 대박이다
꽃 피고 열매 맺고, 시집가고 장가들고
1476 - 0321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