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양기(陽氣) / 성백군
(1)
출입구
볕뉘 밑 동백꽃
봉오리째로 뚝뚝
그늘이 선혈로 낭자합니다
뭉그적거리다가
놀란 길모퉁이 나목, 벚나무
급했나? 꽃들을 쏟아내는데
하늘이 온통 하얗습니다
담 너므로
궁금하던 옆집 자목련
무슨 일인가 싶어 귀를 기울이는데
날름날름 입이 찢어집니다
(2)
이런 우리 동네를
두르고 있는 나무 울타리
그중 몇몇 목여(木女)
잘빠졌습니다. 매끈합니다
홀딱 벗었네요
대낮인데, 팬티도 안 입고
가랑이를 짝 벌리고
야, 옷 입고 정신 차려
늙은이 꼬셔봐야 입심만 험해져
(3)
머쓱해진 목여(木女)
춥지만, 꽃샘바람에 몸을 맡기는데
연이어 터지는 재채기
사방으로 양기(陽氣)가 떨어집니다
흰 꽃, 노랑, 빨강, 분홍, 자주,
나목도 뒤질세라 새싹을 쏟아 냅니다
천지가 다 산실
세상이 봄 양기로 가득합니다
1469 - 022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