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 성백군
점령군이다
밤새 세상 몰래 스며들어
시야가 온통 지우개로 지운 듯 흐릿하다만
다는 아니다
달리는 자동차 꽁무니의 작은 불빛은
더욱 선명하다
안개는 안개일 뿐이라고
아침과 함께 허공으로 들리어
도망가는 의문, 가다가 설다고 흘린 추태가
나뭇잎에 방울방울 눈물로 맺혔구나
아무도 닦아주지 않는다고
우리의 눈물이, 고난이, 부정과 부패가
사회의 전부는 아니다
해 뜨면 안개는 세상을 씻는 비누가 되고
삶은 더욱 밝고 투명하리라
너, 안개
내가 보이니?
더 이상 가까이 와 나를 덮치지 말고
해뜨기 전에 죽으라
그게 네 소명이잖니
1450 – 121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