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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처럼, 한 권의 소설처럼 흘러간 일주일이었다. 단국대 아카데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이신 안도현 시인과 해이수 소설가를 직접 만나 그들의 문학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40여 명의 학생이 모인 강의실에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기대가 가득했다.

 

***시를 쓰는 법, 시를 대하는 태도 안도현 시인의 조언

일주일 동안 안도현 시인의 강의를 들으며,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는 시를 잘 쓰는 비결에 대해 특별한 기교나 재능이 아니라, 연습과 훈련을 이기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좋은 글은 꾸준한 연습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글쓰기 방식을 변화시키는 연습을 권했다. 예를 들어 한 시간 동안 산책을 하며 시어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글을 쓰는 환경을 바꾸고, 사고의 틀을 흔드는 것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젊은 언어를 사용할 것에 대한 조언이었다. 언어도 시대와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고전적이거나 낡은 표현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감각을 반영한 단어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형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슷한 시를 10편 이상 썼다면 형식을 바꿔보라고 했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며, 형식이 곧 시의 본질이라는 말이 깊이 남았다.

그리고 시를 쓸 때 설명보다는 이미지를 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설명보다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더 강렬한 울림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동사를 중심으로 시어를 찾으라는 조언도 기억에 남는다. 동사는 움직임과 흐름을 담고 있어, 보다 생동감 있는 시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앞으로 3년 동안 시에서 를 쓰지 않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었다. 시인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보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먼저 써야, 나중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잘 쓸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안도현 시인의 강의를 통해, 시뿐만 아니라 글을 대하는 태도 전반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익숙한 방식에서 벗어나기, 감각을 확장하기, 그리고 스스로를 비우는 연습. 글쓰기란 결국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자신을 열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운 뜻깊은 시간이었다.  

 

***해이수 소설가에게 배운 글쓰기의 태도

해이수 소설가는 글을 쓰는 것이 단순한 창작 행위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중에서도 훌륭한 글을 쓰겠다는 부담을 버려라. 내가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훌륭한 일이다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는 꾸준히 읽고, 쓰고,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읽고, 쓰는 습관을 들일 것을 강조했다. 하루에 단편소설 세 편을 읽는 것을 생활화하고, 좋은 에세이를 많이 접해야 좋은 글이 나온다고 했다. “좋은 에세이 한 편을 쓰려면, 최소 다섯 편 이상의 에세이를 읽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결국,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또한, 글을 쓸 때 감동의 경험이 많을수록 더 좋은 글이 나온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울림을 느낀 순간이 많을수록, 내 글도 남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읽기와 쓰기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글쓰기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중요한 것을 기억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나를 기록하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기르는 것이 글쓰기의 본질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는 결과에 대한 부담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마음으로 매일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강의뿐만 아니라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두 문인은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글을 쓰는 일은 결국 자신을 탐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는 과정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이번 아카데미는 단순한 강의 그 이상이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사유하고, 배우고, 서로의 글을 나누며 성장하는 시간이었고, 문학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문학은 결국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언어를 통해 그것을 새롭게 빚어내는 작업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의 배움은 단순한 지적 경험이 아니라, 내 글을 통해 나 자신과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그 울림을 안고 다시 한 문장을 써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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