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먼산 / 성백군
해 넘어간다
그동안 묵묵히 제자리 지켜온 산에게
석양이 면류관을 씌워 준 것일까
먼산 산마루가 환하다
황혼이라고 다 고운 것은 아니다
꼰대도 있고, 택이도, 망구도 있다만
저 산은 높이 있으면서도
한 번도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감춘다
찾아가 보면 안다
나무, 풀, 꽃, 새, 짐승, 온갖 벌레들,
심지어 인적도 있지만 대부분 그늘 속에 있어
숨길 줄 알아, 겸손하다
당장, 영화롭다고 교만하지 말라
봄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여름이 줄곧 뻗는 것도 아니다
늙음이 아름다워야 황혼이다
힘내세요
그늘 속에 있는 젊은이들이여
힘은 그늘 속에서 자라납니다
1472 - 0303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