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고운 모습으로 피어오르신 당신
내가 이 땅에 오기 전부터
뿌리에 올라앉아 새싹으로 돋으신
그 목숨의 끝
어둠의 근원을 뚫고
지금, 내 앞에 당도하시었구려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붉은 울음의 핏덩이로 굴러온 평생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주를 우려내어 사랑을 사르고
나를 향하신 분명한 모습
진정 사랑하였노라고
그 끝에서 눈물 그득 젖어 계시는구려
피보다 진한 손수건 흔들며 돌아가는 길
황막한 이 땅에 찬바람만 불지라도
설레는 가슴 붉게 펴 드리겠습니다
두고, 빛으로 오시는 이여!
우리 서로 나누어 가진 향기로
꽃을 자꾸 피워야 합니다
땅에서
하늘에서
하늘 밖에서
살아있는 언어로
꽃샘하는 계절은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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