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숙 수필집-그 따뜻한 손.jpg

저자소개


ㆍ 서울 출생, 1971년 도미
ㆍ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ㆍ 미주 크리스천문학 수필 입상
ㆍ 한국 『수필문학』 수필 천료
ㆍ 한국 2001년을 대표하는 『문제의 수필』에 수필 게재
ㆍ 미주 한국일보 〈여성칼럼〉 필진 역임
ㆍ 미주 한국일보 문예공모 단편 소설 「상처」 당선
ㆍ 재미작가 5인 동인지 『참 좋다』 출간
ㆍ 2015년~2019년 『문학교실』 문집 제3집 편찬
ㆍ 2017년 소설집 『먼 데서 온 편지』 출간
ㆍ 현재 : 〈문학교실〉 2014~현재까지 강사
한국소설가 협회 회원
미주 한국소설가 협회 회원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 미주PEN 서부지역 회원 

책 속으로

직장의 주차장이 빌딩 앞쪽에서 뒤쪽으로 바뀌어졌다. 기존에서 조금이라도 바뀐다는 것은 일단 부담이 되는 일이기에 내게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정문 입구에서 멀어져 전보다 일찍 집에서 떠나야 한다. 말이 그렇지 타임카드를 꼬박꼬박 찍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시간 일이 분은 금쪽같은 시간인 것이다.
얼마 동안은 불평으로 투덜대느라 주위를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내 마음이 불편하니 앞만 보고 입구를 향해 가기에 급급했다.
두어 달이 지난 후에야 조금씩 주위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전에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수십 그루의 꽃배나무가 빌딩과 주차장 사이에 줄지어 서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이곳에 꽃배나무가 있었던가 싶다.
그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꽃배나무 가지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어느덧 하얀 꽃망울이 눈을 반짝이며 가지마다 촘촘히 매달려 있었다. 추위를 이겨내고 첫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나무들도 때가 되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일 게다. 생명의 생동감이 가슴에 싸하게 와 닿았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름다운 산이 병원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2년여 동안 출근을 하면서 이런 아름다움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바쁘게 일에 얽매여 있었던 것이다.
오솔길도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에 가슴이 벅찼다. 여기저기에서 봄이 오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밖에 나와 잠깐이라도 꽃배나무와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꽃배나무’ 중에서

출판사 서평

사람들을 감싸는 넉넉한 사랑의 눈길
윤금숙 수필은 농익은 연륜의 향기로 가득하다. 잘 익은 과일 향기처럼 은은하고 진하다.
‘수필은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글’이라는 말처럼, 글재간이 아니라 삶의 깊은 호흡으로 끌어올린 아름다운 ‘인생 풍경’이라서 사람 냄새도 생생하게 배어 있다. 잔재주에 묶이지 않고 인생 경험을 녹여낸 진국의 글들이니 울림이 묵직한 것이다. 역시 나이테의 촘촘함이나 연륜의 무게는 소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1996년 수필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수필을 써왔지만, 24년이나 지난 이제야 첫 수필집을 펴내는 진득한 기다림도 연륜의 향기를 더해준다.
사람 풍경의 핵심은 물론 사랑이다. 구체적으로는 기독교의 사랑이다. 책 제목이 말하듯 ‘따스한 손길’로 사람들을 감싸는 넉넉한 사랑의 눈길로 주위의 다양한 사람들, 가족들의 사연을 소중하게 보듬어 안는다. 마치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윤금숙 수필은 소설가가 쓴 글답게 든든한 이야기의 줄기가 들어 있고, 입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짧은 소설이라고 해도 될 ‘삶의 글’들이어서 공감대가 넓고, 감동이 진하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긍정적 에너지가 글 구석구석에 진하게 배어 있어서,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도 큰 미덕이다.
아무쪼록 지은이가 바라는 대로,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따뜻한 손길’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장소현 시인)
서정을 지향하는 따뜻한 감성
수필을 읽으면 마음이 설렌다. 설레는 이유를 마땅히 끄집어내기는 어렵지만 필자의 정서가 소설이나 시보다 수필 성향을 띠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 윤금숙 작가의 수필을 대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허구나 상상만으로 그려낼 수도, 시로 함축할 수도 없는, 진실이 담보된 표현과 묘사들이 필자의 서정적인 감성을 소소리 일으켰다. 일에 사로잡혀 오래도록 수필을 가까이하지 못한 터라, 더욱 이번 수필집 『그따뜻한 손』을 만드는 동안 그 파장이 오래 이어졌다.
2017년 발표한 소설집 『먼 데서 온 편지』에서도 느꼈듯이, 윤금숙 작가의 작품들 색조는 무엇보다 따뜻함이다. 휴머니즘만큼 영속성을 띤 문학의 정신적 지주가 있을까. 수필 ‘둥지’에서 보더라도 작가는 단순히 그 마음과 정신을 묘사해내기보다 휴머니즘을 신념처럼 추구하는 삶을 이어왔지 싶다. 본시 타고난 자유지정(自有之情)을 신실한 연륜으로 성숙시킨 작가의 문향(文香)이 이번 수필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수필가들의 수필집을 만들다 보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을 맨 앞에 싣기도 한다. 『그 따뜻한 손』을 이번 수필집 제목으로 올리게 한 작품 ‘그리도 따뜻한 손’도 수필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소재가 된 치매 할머니가 작가의 여동생과 어머니와 지극히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군잎 없는 작품이 되었다. 수필의 특성인 ‘진실의 미학’이 유독 돋보이는 빼어난 작품이다. 어떤 독자보다 겨울이 더 추운 독자에게는 따뜻한 온돌방 같은 수필집이 『그 따뜻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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