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동아줄 김태수
시골이 내 고향이다. 초중고등학교를 태어난 집에서 다녔다. 아침엔 터진 산골짜기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햇살이 좋았고, 밤엔 달빛이 가까이 있어줘서 좋았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오가는 바람도 좋았다. 이러한 시골의 정감있는 오솔길을 함께 뛰어놀던 친구는 더 좋았다.
자연 속에서 함께 지냈던 어릴 적 친구들은 언제나 반갑다. 냇가에서 송사리를 잡아 검정 고무신에 담아놓고 놀던 친구. 달그락거리는 빈 도시락이 책보 속에서 세상 보고 싶어 외쳐댈 때 장단 맞춰 내달리던 친구. 달걀귀신, 처녀 귀신 나온다던 둠벙에서 멱감던 깨북장구 친구. 이런 친구들은 언제나 그립다.
친구는 말 그대로 풀어보면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사람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관계라면 좋은 친구다. 철들기 전부터 함께 놀며 성장한 사람이라면 좋은 친구다. 어린 마음을 나눈 만큼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친구다.
말없이 불쑥 찾아와 다짜고짜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보글보글 끓는 생선 찌개에 소주 한잔 생각날 때 전화 한 통으로 달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가족이 상을 당했을 때 먼저 달려와 위로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 인마점마 부르며 싫은 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시골 친구야말로 정말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 마음에 거슬릴 것 없는 둘도 없는 친구, 막역지우가 아닐까? 서로 친하지 않은듯하면서도 친하고, 위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위하는 그런 친구.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친구란 누구인가에 대하여 현상 공모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기쁨은 더해주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르쳐주고 멈추지 않는 시계 같은 사람. 많은 정을 베풀어서 그 동정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 등이 좋은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1등을 차지한 작품은 “온 세상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 차지했다고 한다. 손익관계와 허물을 감싸고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만남이 이어지질 않을 것이다.
FRIEND의 첫머리글자로 친구에 대해 정의한 풀이가 인터넷에서 많이 알려졌다.
Free : 자유로울 수 있고 Remember :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dea : 항상 생각할 수 있고 Enjoy : 같이 있으면 즐겁고 Need :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고 Depend :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이다.
벗을 뜻하는 표기는 한·중·일이 서로 다르다.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치(友達)라고 쓴다. 한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한국의 친구는 사귐에 있어서 겪어본 경험에 비춰 허물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친한 사이의 사람인 것 같다. 중국의 친구는 맞춰나가며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고, 일본의 친구는 서로 통하는 사이의 사람이 친구라는 느낌이 든다. 이는 서로 다른 문화적인 차이로 사귐에 있어서 각기 다른 심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과 친구는 어원이 같다고 한다. Friend의 옛 영어인 Freond는 freon, 즉 'to love(사랑하다)'로 고대 어원대로 Friend라는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Lover의 의미가 된다. 친구는 곧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겪어보면 안다. 지나고 보니 좋은 친구. 좋을 땐 몰랐는데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friend'에 'end'가 붙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나와 함께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 <허준혁 칼럼, Friend에 end가 붙는 이유는>에서 인용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동안 쓰지 않던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투박하고 상스러운 말이어도 정감이 있어 좋다. 죽마고우란 말보다 불알친구란 말이 더 끌리는 이유다. 고향 친구를 만나면 가끔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며 함께 해보자고 권해보려 한다. 여행이든, 취미생활이든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곳과 그곳 날씨만큼이나 서로 다른 상황에서.
추석을 지나자 이곳 앵커리지엔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뜨끈뜨끈한 옛날 시골의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오늘같이 을씨년스러운 저녁엔 집사람과 따끈한 국물에 술 한잔 해야겠다. 아내야말로 오랫동안 친구, 펑여우, 도모다치가 되어주는 나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니까.
동아줄 김태수
시골이 내 고향이다. 초중고등학교를 태어난 집에서 다녔다. 아침엔 터진 산골짜기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햇살이 좋았고, 밤엔 달빛이 가까이 있어줘서 좋았다. 논두렁 밭두렁 사이를 오가는 바람도 좋았다. 이러한 시골의 정감있는 오솔길을 함께 뛰어놀던 친구는 더 좋았다.
자연 속에서 함께 지냈던 어릴 적 친구들은 언제나 반갑다. 냇가에서 송사리를 잡아 검정 고무신에 담아놓고 놀던 친구. 달그락거리는 빈 도시락이 책보 속에서 세상 보고 싶어 외쳐댈 때 장단 맞춰 내달리던 친구. 달걀귀신, 처녀 귀신 나온다던 둠벙에서 멱감던 깨북장구 친구. 이런 친구들은 언제나 그립다.
친구는 말 그대로 풀어보면 오래도록 친하게 지낸 사람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관계라면 좋은 친구다. 철들기 전부터 함께 놀며 성장한 사람이라면 좋은 친구다. 어린 마음을 나눈 만큼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친구다.
말없이 불쑥 찾아와 다짜고짜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보글보글 끓는 생선 찌개에 소주 한잔 생각날 때 전화 한 통으로 달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가족이 상을 당했을 때 먼저 달려와 위로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 인마점마 부르며 싫은 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 시골 친구야말로 정말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친구, 마음에 거슬릴 것 없는 둘도 없는 친구, 막역지우가 아닐까? 서로 친하지 않은듯하면서도 친하고, 위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위하는 그런 친구.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친구란 누구인가에 대하여 현상 공모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기쁨은 더해주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르쳐주고 멈추지 않는 시계 같은 사람. 많은 정을 베풀어서 그 동정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 등이 좋은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1등을 차지한 작품은 “온 세상 사람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 차지했다고 한다. 손익관계와 허물을 감싸고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만남이 이어지질 않을 것이다.
FRIEND의 첫머리글자로 친구에 대해 정의한 풀이가 인터넷에서 많이 알려졌다.
Free : 자유로울 수 있고 Remember :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dea : 항상 생각할 수 있고 Enjoy : 같이 있으면 즐겁고 Need :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고 Depend :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이다.
벗을 뜻하는 표기는 한·중·일이 서로 다르다. 한국은 친구(親舊), 중국은 펑여우(朋友), 일본은 도모다치(友達)라고 쓴다. 한자에서 느껴지는 어감은 한국의 친구는 사귐에 있어서 겪어본 경험에 비춰 허물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친한 사이의 사람인 것 같다. 중국의 친구는 맞춰나가며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고, 일본의 친구는 서로 통하는 사이의 사람이 친구라는 느낌이 든다. 이는 서로 다른 문화적인 차이로 사귐에 있어서 각기 다른 심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랑과 친구는 어원이 같다고 한다. Friend의 옛 영어인 Freond는 freon, 즉 'to love(사랑하다)'로 고대 어원대로 Friend라는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Lover의 의미가 된다. 친구는 곧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겪어보면 안다. 지나고 보니 좋은 친구. 좋을 땐 몰랐는데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friend'에 'end'가 붙는 이유는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나와 함께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 <허준혁 칼럼, Friend에 end가 붙는 이유는>에서 인용
지금도 고향에 가면 그동안 쓰지 않던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투박하고 상스러운 말이어도 정감이 있어 좋다. 죽마고우란 말보다 불알친구란 말이 더 끌리는 이유다. 고향 친구를 만나면 가끔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며 함께 해보자고 권해보려 한다. 여행이든, 취미생활이든 무엇이든 좋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곳과 그곳 날씨만큼이나 서로 다른 상황에서.
추석을 지나자 이곳 앵커리지엔 눈이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뜨끈뜨끈한 옛날 시골의 아랫목이 그리워진다. 오늘같이 을씨년스러운 저녁엔 집사람과 따끈한 국물에 술 한잔 해야겠다. 아내야말로 오랫동안 친구, 펑여우, 도모다치가 되어주는 나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