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00 추천 수 3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아줄 김태수


   땅과 하늘, 바다에 수많은 길이 있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 길을 셀 수 없이 누빈다. 다닌 만큼 살아온 길이 만들어진다. 누구나 자신의 길을 간다. 지치면 쉬어갈 뿐, 끝없이 되풀이되는 길을 간다. 어제 떴던 해는 오늘도 솟아오르고 작년의 계절은 올해에도 다시 돌아오고.

   날짜와 계절은 한길을 따라 돌아오지만, 오늘은 작년의 그날이 아니고 그때가 아니다. 삶은 죽음으로 가는 일방통행 길이다. 누구도 거부하거나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은, 쉽게 많은 길을 따라 살아가기도 하고, 어렵게 자신의 길을 찾아 살아가기도 한다. 한 치 앞을 구별할 수 없는 밤길을, 햇빛이 비치는 낮길을 걷기도 하며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난다.

  어둠 속에서는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는차분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이성의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강자와 약자, 있는 자와 없는 자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다. 이성이 있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가졌다는 말이다. 길이 있다는 말이다. 어두운 인생길을 벗어나려면 이성을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바른길을 간다는 것은 바른 생각을 하도록 이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방법은 사물을 순서에 따라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일이다. 인간은 절대적인 힘이 없으므로 유한하고 미력한 존재이다. 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본분에 어울려 일어난 것을, 내보이도록 해야 한다. 처해 있는 상황을 내보이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종합하다 보면, 가야 할 길이 보이고 바른길이 생긴다.

  햇빛이 비치는 곳에서도 색다른 길은, 멈춰서 들여다볼 때 잘 보이고 구별할 수 있다. 달림 속에서는 속도에 비례하여, 퇴색된 것처럼 보이거나 혼색이 되어버린다. 너무 멀거나 가까이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사물을 보아야 한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색다른 길은커녕 같은 길만 같은 방법으로 달려서, 다른 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알아도 가려 하지 않는다. 그건 나의 길이 아니라고 여긴다.

  한길을 가더라도 그 방법을, 가끔은 바꿔볼 일이다.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꿔, 새로운 시각으로 보며 앞으로 가는 것이다. 여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인다. 앞사람의 뒷모습만 보고 달려왔지만, 이제는 뒷사람의 앞모습이 보인다. 앞사람을 따라잡으려 뒤만 따라왔지만, 이제는 달려오는 사람을 맞이하고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인다.

  길이란 제각각이어서 좋은 길이란, 이런 길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쉽게 가는 길은 편한 길일 수는 있어도 좋은 길은 아니다. 음악가는 음악의 길이 좋은 길이겠지만,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고역의 길일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유익함을 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좁은 길이든 큰길이든, 어려운 길이든 쉬운 길이든, 다 아는 길이든 알지 못하는 길이든. 없으면 만들어서 가야 하는 길이다.

  가고 싶은 길이 둘 이상일 때도 있다. 싫어도 가야만 하는 길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 추구와 책임의 문제다. 가야만 하는 길을 가는 것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지 않는 것도, 두 갈래 길에서 어느 한길을 가는 것도, 가치 추구와 책임의 문제이다. 어느 길을 가든 책임을 다하고 있을 때 바른길이 되고 아름다운 길이 된다.

  바람은 가지 못할 길이 없다. 지나가면 길이 된다. 바람의 길은 멈춰 서면 끝이지만 보이지 않고, 이미 새길을 열었으나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세월의 흔적은 바람이 지나간 길이다. 감춰진 흔적은 없다. 찾지 못하고 보지 못한 흔적이 있을 뿐이다. 보지 못한 길에도 흔적이 숨 쉬고 있다. 흔적은 지나온 길이고, 지나가야 할 길이고, 찾아야 할 길이며, 다시 새길을 내는 일이다. 흔적을 내는 일은 바람을 일으키는 일이다. 바람이 인다는 것은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말이다. 그 바람은 염원과 의욕으로부터 나온다.  

  함께 가는 길은 다정하다. 지치거나 힘들 때면, 동반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얻는다. 한길을 가며 용기를 주고받는 대상이 동반자이다. 믿음과 용기를 북돋우게 하여 고난의 길도 헤쳐가게 한다. 외로운 길을 갈 때는 무엇이든, 동반자로 삼아야 할 일이다. 대화의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 대상이 자연이거나 절대자라면 더 좋다.

  지나온 길은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되돌아봐야 할 길이다. 애써 달려온 길이 정말 나의 길이었는지?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생각 없이 따라온 건 아닌지? 이제부터라도 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길일 수도 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은퇴한다. 곧 수명 100세 시대이다. 90세를 산다고 가정해 볼 때, 대략 1/3이 성장과 준비, 1/3이 적응과 발전, 1/3이 완성과 마무리 길을 간다. 은퇴 후 30여 년이 가장 중요한 완성과 마무리 시기인 셈이다. 시간은 노후를 만들지만, 노후는 시간을 만든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나의 길을 가야 한다. 은퇴 이후에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나만의 새길이어야 한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소설 김태수 약력 동아줄 김태수 2016.11.11 674
89 시조 행시 세월호 진도침몰참사 동아줄 김태수 2015.05.06 67
88 시조 잔설[월간 샘터 2015년 4월호] 동아줄 2015.03.16 165
87 행시 별빛 간이역 동아줄 2015.03.13 145
86 시조 행시 지리산[뉴욕문학 24집, 2014년] 동아줄 2015.01.13 111
85 시조 행시 새해 인사 동아줄 2015.01.07 110
84 수필 어머니와 매운 고추[2014 재미수필] 동아줄 2014.12.04 444
83 시조 행시 낙엽[2016 미주문학 가을호][2016 현대문학사조 가을호] 동아줄 2014.11.13 355
82 시조 행시 좌선[뉴욕문학 24집, 2014년) 동아줄 2014.11.07 106
81 시조 행시 추석 명절 동아줄 2014.09.15 151
80 행시 달빛 그림자 동아줄 2014.09.11 147
79 수기 물이 생명과 건강의 원천이다[중앙일보 ‘물과 건강’ 수기 공모 2등 수상작] 동아줄 2014.08.14 673
» 수필 길[계간문예 2014 여름호][2014 재미수필] 동아줄 2014.07.27 400
77 시조 행시 봄빛[2014 뉴욕문학 신인상 당선작] 동아줄 2014.07.09 285
76 달님에게 하는 사랑고백[맑은누리 14년 여름호] 동아줄 2014.06.23 415
75 시조 행시 시인들 삶이다[맑은누리 14년 여름호] 동아줄 2014.05.22 245
74 시조 행시 아이문학닷컴 동아줄 2014.04.22 279
73 수필 수필은 문이다[2014 재미수필] 동아줄 2014.04.10 259
72 시조 행시 봄 창에 기대어 동아줄 김태수 2014.03.22 308
71 시조 알래스카 겨울 까마귀 동아줄 김태수 2014.02.05 375
70 수필 3박 4일의 일탈[퓨전수필 13년 겨울호] 동아줄 김태수 2014.01.16 37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8
어제:
50
전체:
1,178,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