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김병현

2019.01.19 13:00

미주문협 조회 수: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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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병헌


고향 떠날 때

잠시 다녀오마고

대폿집에 앉혀두고 온 친구들


그 약속 늘어나

고무줄처럼 늘어나

어느덧 내 머리 만년설 백모 썼구나


젊은 날의 낭만과 사랑의 고뇌로 덧칠한

그 대폿집의 벽화며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대폿잔이며 곱창 굽는 냄새

무시로 내 목젖을 깨우는데


소문에 그 대폿집 오래전에 헐리고

그 자리에 낯선 마천루가 들어섰다는데

앉을 자리를 잃어버린 친구들

염동을 밖에서 떨며

아직도 그 약속 기다리고 있겠지

몇몇은 그 약속 기다리다가

그 자리에서 무덤으로 변하기도 했겠지


친구여!

너희들과의 약속 고무줄처럼 늘어났을 뿐

끊어진 것 아니니

내가 반쯤 마시다가 두고 온 술잔

버리지 말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