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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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모노 레이크 / 수필

2024.11.15 14:37

yujaster 조회 수:3

모노 레이크 Mono Lake / 민유자

 

  모노 레이크의 매력은 독특함에 있었다. 자태의 아름다움이 각별하고, 죽은 같으면서도 역동적으로 살아있으며 성장해가는 생태계가 특별했다. 이름이 특이하고, 지금도 쉬지 않고 거기서 자라고 있는  Tufa 석회탑이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없이 독특했다. 

 

  모노 레이크는 지질학자에 의하면 백만년 전에 형성된 고대 호수로 요세미티의 동쪽 13마일, Hwy 395 근접해 있다. 주변이 고산으로 둘러싸여 거기서 흘러드는 담수가 모여서 사막 가운데 생긴 호수다. 호수는 거의 70평방 마일에 달하도록 거대하다. 물은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지 못한다. 오직 증발할 뿐이다. 일년에 수직 4피트의 물이 증발한다고 한다. 장구한 세월 소금과 미네랄을 축적해온 진한 염수 호수다. 

물은 알카리성이 가정용 세탁비누에 준할 정도로 강하다고 한다. 손을 씼으면 기름기가 제거되고 약간 미끄러운 느낌이 난다. 여기서 물고기는 없다. 오직 새우 비슷한 모양의 Brine Shrimp 살고있어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연중 이백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중 쉬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호수 주변에는 알칼리 파리 Alkali Flies 떼가 또한 먹이로 새들을 불러 모은다. 까만 파리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이곳에만 자생하는 파리다. 물가를 걷다가 보면 사람에게는 달려들지 않으나 발길을 피해 검은 연기가 이동하듯 많은 파리가 낮게 떼지어 나는 것을 본다. 원래 이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파리의 번데기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인디언 말로 ‘Mono’ 파리라는 뜻으로 호수가 모노 호수로 이름 붙여진 연유다.

 

  모노 레이크의 두드러진 독특함은 단연 Tufa. 호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광천수의 지하수는 알카리성 호수물의 상호작용으로 탄산 칼슘의 돌기를 형성하고 이것이 속에서 계속 자라서 기묘한 형상의 석탑을 만들어 간다. 마치 지하 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는 것과 같은 원리다. 허나 석탑은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자라느라 종유석처럼 미끈하지는 않다. 단단하나 거칠고 험하다.

투파는 작은 돌무더기서부터 섬을 이룬것들도 있다. 파란 호수의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에 병풍처럼 여기 저기 둘러 서있는 기기묘묘한 모양의  하얀 투파는 아무데서나 수는 없는 신비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내가 갔을 때는 구월 초순이라 남쪽 투파 지역으로 걸어 들어가는 들판에 노랑색 사막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한적한 겨울, 투파가 눈이불을 덮고 있을 때는 강한 햇볕에 반짝이는 다른 비경의 매력을 선보인다고 한다. 기회가 되면 겨울 풍경도 보고싶다는 기대와 함께 상상력을 동원해 그려본다.

 

  보통의 호수는 산자락을 끼고 있어 지형의 굴곡에 따라 들쑥 날쑥 지도의 형태를 띠는데, 모노 레이크는 높은 산들은 멀리 있고 사막 가운데 분지에 있어 거의 원형에 가깝고 가운데에 검은 섬과 섬이 떠있는 모습이다. 여행작가 김인호의 유투브 동영상을 보면 인근에서 제일 가까운 고지 Mt Dana 13,508 ft 정상에서 내려다본 모노 레이크의 모습이 나온다. ‘거대한 원형의 푸른 물결 속에 뭉게 구름이 떠있는 환영이 마치 천국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작가는 말한다. 

모노 레이크를 여러번 방문 했어도 단신의 눈높이 만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없는 그런 선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거나 막상 사람은 드문것 같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고 했지만, 때론 멀리서 바라보아야 더욱 아름다운 경지도 있음을 깨닫고 보면 우리 생각의 지평은 한층 넓어진다. 인생이 고난의 연속인 같아도 당면한 소용돌이를 잠시 벗어나 거리를 두고 조망하게 되면 뜻밖의 대승적 차원의 의미와 해결점이 보이기도 한다. 갈등과 질병, 자연재해와 전쟁이 그치지 않는 지구촌도 우주에서 보면 더없이 아름다운 푸른 별이다.

Mt Dana  같은 그런 고산을 오를 신체적 조건을 이미 상실한 지금의 나는 그냥 생각만으로 모습을 추측할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멀리 북가주에서부터 많은 물을 조달하는 엘에이 수자원 관리국은 팽창하는 도시의 수요에 따라 1941년에 모노 레이크로 흘러드는 담수의 물길 방향을 틀어 전환시켰다. 당연히 호수의 수면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낮아졌고, 호수의 면적도 차츰 줄어들었으며, 많은 투파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투파는 수중에서는 자라지만 공기중에서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강한 햇볕과 , , 바람에 침식당하고 소멸하는 상태로 접어든다. 생태계도 서서히 교란이 오기 시작했다. 철새들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태를 안타까워하고 염려하는 지각 있는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8 모노 레이크를 지켜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Mono Lake Commitee 결성되었다. 이들의 아름다운 노력으로 지금 모노 레이크의 수위는 조절되고 있다. 그렇게 손을 쓰지 않았다면 호수는 끔찍하게 거의 말라서 소금밭이 되었을 것이고 생태계도 지금처럼 생생한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했을 게다. 호수는 기사회생하게 되었고 지금도 호수의  바닥에서 솟아나는 담수의 버블이 투파를 키우고 있다.

 

  우리는 물을 아껴 써야 한다. 개인의 일상에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직접적인 사용도 그렇지만 농업용수나 공업용수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하여 소비재의 재활용과 물자를 아껴쓰는 데도 고심하고 힘써야 한다. 자연을 훼손하면 결국 폐혜를 인간이 고스란히 감수해야하는 비극이 모르는 사이 성큼 닥치는 이치는 자명하다. 시야를 넓혀 크게 보면 담수의 부족상태는 남가주일대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 곳곳에서 강의 물줄기를 두고 여러 나라가 눈치작전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종종 듣는다.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이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독특한 매력의 모노 레이크를 만나고 ,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의 진한 정감이 절수의 절박함을 다시 상기하게 했고, 일상에서 방법을 궁리하며 생활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닿는대로 이웃에게도 힘써 전하기로 다짐을 한다.

 

2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