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要素

2006.08.14 11:15

이기윤 조회 수:776 추천:112

詩의 要素:상징(象徵) /김철진

'상징(象徵)', '상징(象徵)'이라.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인데도 막상 누가 '상징이 뭐요?'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그것이 '상징'이지요. 기껏해야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고, '기자'는 '무관의 제왕'이고,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고 등등을 대답할 수 있을 따름이지요.
허나 상징에는 그런 것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숫자는 수량을, 문자는 뜻을, 한글의 스물 네 글자는 소리를 상징하며, 화학 분자식이나 기하학의 도표, 도형 등도 모두 나름대로 어떤 구조나 형상, 관념, 생각 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징들은 일반적으로 상징이라기보다는 기호, 또는 기호적 상징이라고 말하지요.
이밖에도 나라의 국기, 회사의 상표, 학교나 단체 등의 배지[휘장], 십자가나 卍(만)자 같은 종교의 표지, 올림픽 경기나 월드컵 등의 심볼 등이 모두 상징입니다. 이 때는 기호적 상징과 구별하여 제도적 상징이라고 부릅니다.
이상에서 말한 상징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모두 잊어버리셔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공부하는 상징은 꼭 알아두어야만 합니다.
왜냐 하면, 앞에서 말한 기호적 상징이나 제도적 상징도 문학에서 사용은 하지만 문학은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인 만큼 문학적 상징을 주로 사용하고,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문학 작품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에서는 이 문학적 상징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합니다.
그럼 문학적 상징이란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다 함께 공부해 보기로 합시다.

1. 문학적 상징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J.G.휘티어의 '자연은 상징과 암호로 말한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이상섭의 '문학비평용어사전'에 나오는 '상징'에 관한 글의 한 부분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문인은 말을 사용하는 만큼 기호적 상징은 물론 사용하며 제도적 상징도 필요한 만큼 사용하지만, 특히 문학적이랄 수 있는 상징을 사용하는 일에 정성을 기울인다. 문학적 상징은 우선 심상(心象, Image)의 일종으로 본다. 그러나 일반적 심상이 구체적, 감각적 사물을 환기시키는 낱말이라면, 상징은 그런 사물을 가리키는 또는 암시하는 또 다른 의미의 영역을 나타낸다. '장미꽃'이라는 낱말이 하나의 구체적 감각적 인상을 되살리는 데서 그친다면 그것은 심상이고, 이 장미꽃이라는 심상이 정열, 또는 쉽게 사라지는 사랑의 아름다움 등의 뜻을 가리키든가 암시하면 상징이 될 수 있다."

이해가 되십니까? 이해가 잘 안 되신다구요? 너무 어렵게 생각지 말고 쉽게 쉽게 생각하도록 하세요. 그럼 내가 다시 한번 말씀 드릴까요?
'장미꽃'에도 여러 가지 빛깔의 장미꽃이 있겠지요? 흑장미, 붉은 장미, 분홍빛 장미, 하얀 장미 등등...... 이처럼 '장미꽃'이 그 빛깔이나 향료로 쓰일 때의 향기같이 단지 그 꽃이 지니고 있는 식물로서의 속성이나 감각적 인상만을 우리에게 되살려 준다면 그것은 심상이며,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장미꽃'이 '임에 대한 정열적인 사랑'이나 '여인의 아름다운 젊음'이나, 아니면 불꽃놀이 때 불꽃이 찬란하게 피어올라 쉽게 사라지듯 그런 '찬란한 사랑의 아름다운 아픔' 같은 것을 뜻하거나 암시하고 있다면, 그 때의 '장미꽃'은 상징이 된다는 그런 뜻입니다. 이처럼 상징(象徵)은 암시성(暗示性)·다의성(多義性)·입체성(立體性) 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현대시의 특징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세요? 아직도 잘 안 되신다구요?
그럼 계속 공부해 가면서 터득하기로 하고, 지나는 길에 한번 더 M.K.단지거와 W.S.존슨이 '문학비평의 안내'에서 나누어 설명한 문학적 상징을 읽어보기로 하지요.

"(1) 자체 안에서 보편적 암시를 구현한 것, 육지와 바다는 시간과 영원을, 항해하는 인생을 상징하는 경우가 있다. 세계 문학에 널리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 자체에 내재하는 특질로부터 암시성을 얻는 대신 특정한 작품에 사용되는 방식에 의해 암시성을 얻는 것, 허만 멜빌의 '백경(白鯨)'에서 항해·육지·대양은, 이 소설에서 멜빌의 사용으로부터 거의 독립된 것 같은 영구한 의미를 지닌 물상이지만, 흰고래는 여러 소재의 취급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상의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상징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면 '상징이란 눈으로 볼 수 없는ㅡ불가시적인ㅡ 원관념은 나타나지 않고 눈으로 볼 수 있는ㅡ가시적인ㅡ 보조관념만 나타나 있는 형태'로서, 이 때 가시적인 보조관념은 불가시적인 원관념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으로 '상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론적인 공부는 마치고, 실제 작품 속에서 상징이 어떻게 씌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합시다.

2) 시 작품들에 나타난 상징(象徵)

시인이나 평론가들은 상징을 여러 관점에서 여러 유형으로 나누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런 모든 것은 다 털어 버리고 오직 작품 속에 나타난 상징을 살펴보면서 '아, 상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며 상징적 표현을 터득하도록 합시다.
그럼 앞에서도 잠시 살펴본 적이 있는 미당 서정주 선생님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동천(冬天)'에 나타난 상징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제5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동천(冬天)'의 후기에서 미당 선생님은 '특히 불교에서 배운 특수한 은유법의 매력에 크게 힘입었음을 여기 고백하여 대성(大聖) 석가모니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불교적 은유에 힘입어 고도의 상징적 수법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그럼 이 시에 나타난 상징은 무엇일까요? 이 시에서 우리가 알지 못할 시어가 하나라도 있나요? 아, 어쩌면 '즈믄'을 모르시는 분들은 계시겠군요. '즈믄'은 우리 고어(古語)로 '천(千)'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모를 시어(詩語)가 하나도 없겠지요.
그럼 이 시에서 시인이 노래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풀이부터 해 봅시다.
'이 시의 서정적 자아[시적 자아]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사랑하는 님[임]의 고운 눈썹을 천 밤ㅡ오랜 세월ㅡ 동안이나 정성들여 깨끗하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초승달로) 달아매어 놓았더니, 그 추운 동지 섣달 파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매서운 새도 그 사실을 알고서는 두려워서 감히 바로 날지 못하고 비스듬히 스쳐서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무슨 상징이 있느냐?'는 의문이 생기지요.
그 의문을 풀어보기 전에 먼저 이 시에 대한 박제천 시인의 말을 들어봅시다.
박제천 시인은 시인 서정주의 절정을 보여 주는 작품은 '동천'이라는 말과 함께 이 시를 인용하고서 '전문 5행의 이 짧은 시로서 미당 서정주는 아마도 한동안 누구도 넘보기 어려울 한국 시의 한 극치를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그의 시적 경영의 업적일 뿐 아니라 80여 년에 불과한 우리 근대시의 한 기념비이리라.'고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 시에 쓰인 상징을 찾아볼까요?

이 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미지는 '님의 고운 눈썹'과 '매서운 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운 눈썹'은 서정적 자아[시적 자아]의 가슴속에서만 자리하고 있다가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음'으로써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보편적 일반적 대상으로 승화되며, 다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놓음으로써 초승달의 이미지와 겹쳐져서 서정적 자아[시적 자아]가 추구하는 <염원이나 절대적 가치>, 또는 모든 사람들의 <절대적인 존재나 외경(畏敬)의 대상>을 상징하게 됩니다.
'매서운 새'는 <죽음을 초월한 영원을 동경하는 인간 정신>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고운 눈썹'의 이미지와 겹쳐진 '초승달'과 그 초승달에 대한 외경 때문에 동경하면서도 비껴 날지 않으면 안 되는 '매서운 새'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이 시에서 천상과 지상, 이승과 저승, 영원과 찰나, 절대자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극복할 수 없는 거리를 상징하고 있다 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이 시에 나타난 상징은 '고운 눈썹=초승달'이 상징하는 <염원이나 절대적 가치>, 또는 <절대적인 존재나 외경(畏敬)의 대상>과 '매서운 새'가 상징하는 <죽음을 초월한 영원을 동경하는 인간 정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 두 상징이 어우러져서 이 시 전체는 <천상과 지상, 이승과 저승, 영원과 찰나, 절대자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극복할 수 없는 거리>를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하지요? 머리 아프지요? 하지만 '시 짓기'를 하려면 이 '상징'이란 녀석은 골치 아파도 모르면 안 되는 녀석이니 잘 알고 친하게 지내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고등 학교 시절로 잠시 돌아가 머리 좀 쉬어 갈까요?
이 시의 지은이가 미당 서정주인 줄은 이미 아실 것이고, 이 시의 갈래는 형태상으로는 자유시, 내용상으로는 서정시에 속하며, 운율은 7·5조 3음보의 내재율을 밟고 있으며, 제재는 '고운 눈썹'과 '매서운 새'이며, 주제는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외경(畏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는 처음 '현대문학'(1966)에 발표되었던 시이지만, 그 이전에 대학교 시화전에서 먼저 대했던 시인지라 나와는 사실 인연이 깊은 시이지요. 허나 그 때는 이 시가 솔직히 그렇게 훌륭한 시인 줄은 몰랐었지요.

그럼 이번에는 김수영의 '눈'에 나타난 상징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시를 이해하려고 할 때는 항상 그 시의 제재와 핵심이 되는 시어나 시구를 알아야 하지요.
이 시의 가장 핵심적인 시어는 '눈[雪]'과 '기침'입니다.
'눈'은 ' 이 시에서 '순결한 양심'을 상징하고 있고, '기침'은 '자기 정화(淨化)를 위한 행위(行爲)'를 상징한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살아 있는 눈을 보면서 억압된 현실 속에 매몰되어 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기침을 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들어 있는 모든 불쾌하고 더러운 것들과 억압된 현실에 항거하지 못하는 부끄러움 등을 쏟아 버림으로써 자기 정화(淨化)를 꾀하여 순결한 양심을 되찾고자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따라서 이 시는 부정한 현실과 부패한 권력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울분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을 표현한 참여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로서, 1970년대 민중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시인인 김수영이 '시여 침을 뱉어라'라는 그의 대표적인 산문에서 쓰고 있는 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만나보면서 이 강의를 끝내기로 하지요.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그림자에조차 의지하지 않는다."라고.
'시작(詩作)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참여 시인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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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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