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16:12
폐업
전희진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먼저 그는
구멍 난 자신의 문부터 닫아야 했다
자신의 문을 닫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흔들던 꿈을 닫아야 했다
꿈을 닫기 위해서
이십 년 뒤척이던 밤들의 불면을 닫아야 했고
청춘의 모진 국면을 닫고 그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소망을 닫고
깊숙이 닫혔던 보관함을 꺼내
좌우 모서리로 쏟아지던 청춘을 열고
꿈을 열고
자신을 열고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등을 향해 열린
꿈과 청춘과 짧은 이십 년을 모두 닫고
가게 문을 닫고
빗속으로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에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4 | 모나크나비의 꿈속에 있었네 | 전희진 | 2024.01.19 | 28 |
53 | 프리지아 멜랑꼴리아 | 전희진 | 2024.01.19 | 9 |
52 | 옛집에 샹들리에를 두고 왔다 | 전희진 | 2023.10.22 | 14 |
51 | 누구나 슬픈 져녁 하나 쯤 갖고 있겠죠 | 전희진 | 2023.10.18 | 16 |
50 | 바깥이 궁금한 사람에게 | jeonheejean | 2023.08.09 | 21 |
49 | 빗소리를 담는 버릇이 있다 | 전희진 | 2023.08.08 | 15 |
48 | 네모난 창/전희진 | 전희진 | 2023.02.07 | 32 |
47 | 이사/전희진 | 전희진 | 2023.02.07 | 23 |
46 | 환절기 | 전희진 | 2023.02.07 | 20 |
45 | 목련꽃 질 무렵/전희진 | 전희진 | 2022.05.03 | 61 |
44 | 장례식장에서 | 전희진 | 2022.04.26 | 57 |
43 | 오월이 오는 길목 [2] | 전희진 | 2022.04.25 | 74 |
42 | 새 | 전희진 | 2022.03.31 | 52 |
41 | 밀접 접촉자 | 전희진 | 2021.02.19 | 106 |
40 | 무모한 사람 | 전희진 | 2021.02.19 | 80 |
» | 폐업 | jeonheejean | 2020.12.17 | 128 |
38 | 주제별로 살펴본 시집‘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20.12.05 | 114 |
37 | 우리는 습관성 | 전희진 | 2020.12.03 | 38 |
36 | 동쪽 마을에서 [1] | 전희진 | 2020.12.02 | 87 |
35 | 어느 목조 건물 | 전희진 | 2020.09.10 | 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