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고개

2021.03.20 19:22

강창오 조회 수:87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 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그립구나 추풍령 고개. 기적도 숨이 차서 목메어 울고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싸늘한 철길. 떠나는 아쉬움이 뼈에 사무쳐, 거칠은 두 뺨 위에 눈물이 어려, 그 모습 그립구나 추풍령 고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자신이 가지는 정서와 성향에따라 클라식, 대중유행가, 포크송, 팝송등에서 즐기는 부분을 택할것이다. 어릴때는 싫든 좋든 늘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수없이 들으며 자랐지만 정작 통키타 가수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진 포크송이나 외국의 팝송들에 정서가 이끌려 흠뻑 빠지면서 대중유행가는 아예 상관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생각지도 않게 갑자기 옛날 유행가들이 머리속에 아련히 떠오르며 듣고싶은 충동이 일기 시작했다. 늙어가는 과정에 오랜추억의 향수가 점점 더 피부에 와닿으면서 정서의 범위 또한 넓어져 가나보다. 권혜경, 박재란, 최희준, 쟈니리, 오기택, 남상규, 현미, 페티김, 김추자등 당대의 대표급 가수들의 노래를 하나씩 하나씩 유트브에서 불러내 들어보니 옛친구들을 접하는양 정겨움이 쏟아지며 어린날의 기억들이 한겹씩 한겹씩 벗겨지며 향수에 젖게하는 것이었다. 또한 전에는 몰랐는데 누구의 목소리와 곡이 더좋은지 자연스럽게 비교되며 평가도하게 되었다.

헌데 그 많은곡들중에서 보다 더 애절한 사연이 담기거나 간장을 녹이는 노래도 많은데 웬지 남상규의 ‘추풍령 고개’가 귀에 꽂히면서 마음에 와닿는것이었다. 지리시간에 배운 이름뿐이고 임진왜란때 중요한 요충지대였다는거 외에는 지연적으로나 인연적으로 전혀 상관없던 추풍령. 언젠가 한번 경부선 밤열차를 타고가며 무심코 지나친 추풍령역이었건만 실제로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 추풍령이 갑자기 내가 낳고 자란 고향인양 마음 깊숙히 동경되기 시작했다. 그 노래 가사에서 뿜어내는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많은 사연’ 들이 마치 내 인생의 얘기며 내가 찾아내야할 사명인양. 그런데 누군가가 말해 주었다. “거기 가봤자 별거없어. 그냥 탑하나 있고 추풍령고개 이름뿐이야”. 물론 그 말대로 막연히 가지는 내 기대와는 완연히 다를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다음 여행기회땐 이미 마음에 사로잡힌 추풍령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꼭 가서 내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해보고 싶다. 나혼자만의 추풍령 순례자의 길을 찾아,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러.

군시절 우리부서에 새로 편입된 바짝마르고 길쭉한 키의 이건ㅅ 이라는 후배가 있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충북 영동입니다. 바로 추풍령고개가 있는곳이죠” 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하던 그의 얼굴이 선하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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