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섭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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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열린 마음

2022.01.18 17:23

라만섭 조회 수:42

열린 마음

 

지구상에는 유사 이래 무려 42백나 되는 유명무명의 신앙이 있어 왔다지만, 그 가운데 지난 수백 수천 년에 걸쳐 살아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종교는 불과 다섯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태어났지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계시적 이치를 담은 공통점을 이들의 경전을 통해서 보게 된다.

 

인간은 능력의 한계를 지닌 이율배반적인 동물이다. 지극히 자기중심적 이면서도 도덕적 가치 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DNA속에 가지고 있다고 영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리챠드 도킨스는 지적한다. 나는 참된 양심이며, 내가 믿는 것만이 유일한 절대적 진리라고 착각하는 마음은 무지와 오만의 발로이다. 이 같은 착각은 자연히 독선으로 흘러 나의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는 경향을 보인다. 타 문화를 이해하려는 생각은 언감생심, 평화 공존에 필요한 열린 마음은 처음부터 닫혀 있다. 다른 모든 신앙은 망상일 뿐, 나의 종교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믿는 멘탈리티에 문제의 핵심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적인 천체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박사는 그의 저서 위대한 디자인에서 나는 신의 존재 여부 자체를 부인 하지 않는다. 신이란,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에 붙여 준 이름에 불과하다. 자연의 이치란 것은, 어떤 존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연의 물리 법칙을 일컬음이다. 바꾸어 말하면 비인격적인 신을 말한다.’ 라고 그의 무신론적 견해를 피력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무슨 종교 철학적인 세계관을 운위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독선적인 믿음은, 배타심 같은 부정적인 산물을 초래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 뿐 이다. 이 같은 사례를 일상의 생활에서 흔히 목격하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본다. 한국에서는 매년 석가 탄신일에 즈음하여 일부 개신교도들이 불교사찰에 무단 침입하여 기물을 파괴하고 방화를 일삼는 사건이 연례적으로 일어난다. 구원 받고 천당 가는 길은 오직 (개신교의) 하나님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이들은 배웠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허다하다.

 

한편 한국 천주교와 불교 사이에는 교감과 소통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김 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 간의 원활한 교감과 이해가 가능했던 이면에는 바로 열린 마음의 자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닫혀 있는 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영혼을 이해하고 존중할 생각이 생겨날 수가 없을 것이다.

 

칸트는 끝내 신을 자신의 내면세계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신이 있는 세상을 원했다(‘이성 안에서의 종교’). 검증 불가한 주장은 아무리 그럴 듯해도 결정적인 신념을 주지 못한다. 맹목적으로 무엇을 믿는 다는 것은, 생각할 능력이 없거나 용기가 부족할 때에 생기는 현상이다. 믿음 없는 과학은 공허하고 과학 없는 믿음은 맹목적이어서 일까.

 

주간지 타임(2020720일자)에 실린 달라이 라마의 기고문을 읽으면서, 솔직담백한 그의 속마음에 경의를 표하게 됐다. ‘종교인들은 기도만 할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한다.......모든 일에는 검증이 필요하며 믿음만으로 의식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으면 거역할 수 있어야 한다. 참된 신앙은 이성에서 나와야 한다. ..........’

 

열린 마음을 강조하는 한 종교 지도자의 양심선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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