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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코로나가 바꾼 의식 문화

2022.01.18 17:26

라만섭 조회 수:51

코로나가 바꾼 의식(儀式) 문화

 

지난 일 년 사이에 많이 달라진 삶의 모습을 체험한다. 코로나 사태는 일상의 생활양식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결혼식, 장례식, 졸업식 등등...... 코로나는 원격 수업, 재택근무, 온라인 마케팅, 구인난 등이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는데 그치지 않고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오래된 생활 의식까지 변하도록 강요한다.

 

얼마 전 두통의 결혼통지서(?)를 우편으로 받았다. 엽서처럼 생긴 통지서에는 신랑 신부가 껴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결혼 날자와 장소 그리고 접속할 온라인 링크가 인쇄 되어 있는 게 전부였다. 행사의 주인은 본인들이고, 집안의 가장이나 주례의 존재감은 흔적도 없다. 코로나 이전에 보아오던 장황한 주례사나 가족 친지와의 기념 촬영 같은 것은 다 추억속의 일이 돼버렸다. 디지탈 시대에 팬데믹 사태가 겹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학교 졸업식은 어떤가. 사회로 갓 진출하는 졸업생의 장래를 축하해 주는 현실 공간은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클라스 2021로 캘리포니아 주립 대를 나오는 내 손주의 졸업식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객 없는 비대면 행사로 끝났다. 거의 모든 의식 행사가 이런 식으로 바뀌어 버린 요즈음의 세태에서 정서의 매 마름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는 한,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손 씻기 습관은 이미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는,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용할 예방수칙으로 간직 하고 있다.

 

아마도 팬데믹으로 가장 극심한 변화를 강요받은 것은 장례식일 것이다. WHO는 코비드-19와 관련한 안내서에서, 시체는 전염성이 없다고 발표하면서도 시체에는 손을 대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염 예방조치로서의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정부의 방침은, 전통적인 장례 절차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장례 절차는 철저한 통제 하에 놓이고 시체의 처리 방식은 종교에 따라 다르다. 화장을 금기시하는 이슬람은 코비드-19로 인한 시체를 밀폐된 백에 넣어 매장하도록 하는데 비해, 불교나 힌두교에서는 시체를 화장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진보적인 기독교인들도 요즈음에는 화장을 선호하는 추세에 있다고 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속절없이 우리 곁을 떠났다. 뜬금없는 조카의 부음은 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들어가 본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이었다. 고인을 기리는 분위기에 젖어 있을 자리에는 허망하고 삭막한 느낌만이 감돌았다. 코비드-19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의 단면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장례 문화가 종래의 상주 위주의 소모적인 행사(부조, 식사 접대 등)에서 탈피하여 추모 중심의 보다 바람직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는 거시적 시각도 있다는 사실을 그저 하나의 역설적인 아이러니로 치부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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