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09:19
얼마전 아마존 킨들을 통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구입했다.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수상한 노벨문학상이어서 많은 기대감과 호기심이 앞섰다. 아마추어 글쟁이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전문적인 평가는 못하지만 일단은 인간의 가장 심오한 정신적 세계를 침투해 해부한 사적인 감정들을 너무도 적라라하게 잘 묘사한데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읽어가면서 무엇보다도 의아했던 것은 1장에서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장으로 옮길 때마다 똑같은 책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나만의 느낌인가 싶어 구글의 크리틱을 찾아보니 역시나 내용의 앞뒤가 잘 부합되지 않는 면이 지적되어 있었다.
아울러 지나치게 에로틱한 내용들이 대부분의 한국독자들을 포함해 보수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역린을 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과감한 성적인 수사어의 집합들이 어떻게 노벨상 수상에 기여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3류 에로소설들을 완전히 능가하고도 남았다. 누구의 간섭없는 혼자만의 독서에서도 수치감이 엄습하며 스스로 얼굴을 붉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음탕하고 외설적인 요소들이 이렇게까지 기교있게 구사될 수 있는지 신기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의외로 여기에 대해 한국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조용하다는 것이다. 검색을 해보니 어느 유명 배우가 무서워서 못읽겠다는 엉뚱한 코멘트를 던진 것이 대표적인 것 같다. SNS에서나 일반 문학 동호회에 있어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성적인 묘사가 있는 글을 올리면 독자들로 부터 도덕성을 빗댄 항의가 빗발치는 것을 보았다. 내용이 저질스럽고 추잡하다며 격한 나머지 섹스매니아 작가로 매도해 버리는등 말이다.
그런데 이 채식주의자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는 듯하다. 아니 오히려 한국인의 자랑이라며 넘치는 축하와 파티는 있지만 마땅한 크리틱은 없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지구의 회전소리를 못듣는 것처럼 모든 것들이 너무 광대해도 인지하지 못하는 지각능력의 한계 때문일 까 하고 가늠해본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인간의 학구적 분야에 있어 노벨수상의 명성보다 더 큰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모든 감정의 무한한 표출을 수용하는 서구에서는 대개 이 에로틱한 부분들이 문제가 되지않는다. 그래서인지 다만 글 내용이 영역하는 과정에서 많이 변질되었다고 하는 것이 크리틱의 주요점이다. 필자도 영역본을 읽으면서 사실 한글본과 어느정도 내용이 비슷할 까 의아했었는데 역시나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이 한글의 뉘앙스를 제대로 캐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 나름대로의 느낌은 노벨문학상이 현대 엔터태인먼트의 왕인 네플렉스와 같은 정서의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점점 더 자극적인 영화나 시리즈 도큐멘터리 등이 극단화 되어가는 세상을 빗대어 흥행을 이루어 가고 있듯이 반체제적, 반사회적, 반인륜적인 항거하는 작품일수록 더욱 노벨문학상 수상의 대상으로 오르는 듯하다.
나아가서 지금까지 보여준 노벨상의 경향처럼 채식주의자 또한 특정된 정치성향에 편향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해 더욱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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