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Dreaming’과의 첫 만남

2025.08.04 09:15

강창오 조회 수:4326

 

   1971 여름,

   입대들을 앞두고 그동안 함께 자라온 우리 5명의 친구들이 캠핑을 가기로 작정했다. 이번 기회가 다함께하는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금방 일치를 모았다. 텅빈 주머니 신세들이라 간신히 배삯만 마련해서 집에있는 봉투씩을 검어쥐고 서해안의 시도 해변으로 떠났다.

    당시에 알려지지 않은 처음 가보는 섬이었지만 나름대로 여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해변이었다. 일단 도착한 젊은 낭만과 열정으로 모처럼의 캠핑을 즐기자고 서로를 독려했다.

  모두가 흩어지기전에 귀하게 마련한 시간인지라 그저 함께 수영하며, 뛰고 걷고 뒹굴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은 수영외에도 먹고 마시며파티를 즐기지만 우리는 다들 1 한푼 가진 것이 없다보니 가지고 쌀로 간신히 배만 채울 빈궁한 허전함에 흥이 돋질 않았다.

   하루는 저녁을 먹은 다같이 텐트 앞에 모여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일찌기 고인이 시ㅇ 이가 갑자기 트랜지스터를 꺼내들었다. 우리는 시ㅇ이가 트랜지스터를 가지고 왔는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뭔가 준비를 했다는 그의 신중함에 또한 놀랐다. 아울러 우리에게 그나마 유일한 오락물이 있다는 사뭇 위안이 되었다.

   시ㅇ이가 트란지스터를 켜는 순간 마치 꿈을 헤집는 듯한 부드러운 낯선 팝송이 공기를 흐트렸다. “All the leaves are brown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ay (and the sky is gray)… California dreamin' (California dreamin'), on such a winter's day”!!!!!

   ‘California Dreaming’. 처음 들었지만 구름에 것처럼 신선하고 낭만적인 선율이 착잡한 마음속에 깊이 파고 들었다. 당시는 미국 이민의 꿈이 한창 술렁이기 시작할 때라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곤 했다. 아울러 한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LA 소식을 접할 때마다 은근히 동경이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California Dreaming’ 나의 절친한 애호곡이 되었고 나아가서 다른 애호곡들과는 다른 당시의 진한 향수를 느끼게하는 특별한 노래다.

   10 전쯤 다시 서울을 찾았을 라디오 주인공이었던 시ㅇ 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4명이 다시 모였다. 안타깝게도 시ㅇ 이는 캠핑 이듬해 여름 일찌기 고인이 되었다. 아무튼 너무도 오랫만의 각별한 재회여서 우리는 술렁이는 마음으로 옛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때의 캠핑이 당연히 우리 모두가 똑같이 공감할 있는 회고라고 여겨저 모두에게 시ㅇ이의 트란지스터에서 흘러나온 ‘California Dreaming’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나머지 3명의 한결같은 대답은 아니, 그게 뭐였는데?” 였다. 잔뜩 기대했던 당시의 낭만적인 기억이 일축당하자 갑자기 실망과 함께 힘이 빠졌다. 모처럼 만나 오래 전에 함께했던 추억을 나누고자 했던 나의 기대가 너무 컸었던 모양이다. 나에게는 ‘California Dreaming’ 선율을 처음 접했던 때가 평생 진한 추억으로 남는 시간이었는데 그들에게는 그냥 당시 그렇게 흘러간 시간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이렇게 다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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