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찾아서> -이승하

2006.12.16 05:59

한길수 조회 수:420 추천:7

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찾아서
    
  <머리말>

  시문학의 위기가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아주 큰 서점이 아니면 문예지와 시집은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교보문고 같은 큰 서점마저도 시집 코너는 현저히 축소되어 있어 군소 서점에서 낸 시집은 진열조차 되지 않는다. 필요한 시집이 있어 서점에 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이 많아 시집 사러 서점에 가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다고 시집 독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통문학권에서 나온 시집의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이다.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2005년도 시집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개인의 창작 시집은 한 권도 없다. 2006년도 상반기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김용택의 신간 시집 {그래서 당신}이 8위에 랭크되어 있을 뿐이다. 상반기 9위인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은 신간 시집이 아니다. 2006년도 상반기 베스트셀러 시집 1위에서 6위까지의 면면을 살펴보면 개인의 창작 시집이 아니라 다 남의 시를 갖고 편집한 시집이다. 편저자는 류시화(1, 3위), 장영희(2위), 편집부(4위), 도종환(5위), 정호승(6위)이다. 남들이 쓴 시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가려내어 짧은 해설을 붙인 시선집이 몇 년 전부터 시집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였고, 그에 반비례하여 시인의 창작 시집은 독자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다.


  문예지의 폭발적인 증가로 보아 이 땅에서 씌어지는 시의 편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를 찾아 읽기가 쉽지 않으며, 시에 대한 논의를 듣는 일도 뜸해졌다. 문예지마다 월평이나 계간평, 서평과 시인론 등이 지속적으로 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시문학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학 권력의 서울 편중, 몇몇 대가와 스타 중심의 비평, 몇 개 계간지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인 관리가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는 이 책 속의 글을 쓰면서 크게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첫째, 나라 바깥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사람들의 작업에 관심을 갖자. 둘째, 작고시인과 생존시인 중 크게 주목받지 못한 시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자.
  연변 조선족 시인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에 앞서 우선 한글 교과서를 만들어 2세 교육을 해온 연변 조선족이니 만큼 그들이 사용하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을 연구해보고자 했다. 1999∼2000년에 교과서 제1차 개편작업이 이루어졌는데 본고는 이 때 만들어진 교과서를 갖고서 조선족 시인들의 시를 연구해본 것이다. 2006∼2007년에 제2차 개정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하므로 또다시 개편되는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여 평문이 새로 씌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들의 시 세계에 대한 탐색이 이 책의 제2부를 점하고 있다. 제2부의 글들은 해외동포문학에 대해 내 나름대로 기울인 애정의 산물이다.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살면서 미국의 문화와 언어에 동화되지 않고 모국어로 사고하고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간 {미주문학}에 발표하는 교포 시인들의 시 세계에 대한 분석을 3년 동안 한 결과물을 모아보았다.


  제3부는 이 땅의 수많은 시인 중에서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20명 시인에 대한 논의이다. 작고시인 중에서 천상병·이비오·이연주·임영조 등 4명을, 원로시인 중에서 임강빈·성찬경·범대순·허영자 등 4명을, 중견시인 중에서 박명용·한승원·신달자·허형만·박태일·이은봉·홍일선·정일근 등 8명을, 비교적 젊은 시인 가운데 허혜정·김영탁·박제영·임희구 등 4명을 추렸다. 이상하게도 우리 시단에는 그다지 좋은 시를 쓰지 않는 시인임에도 과도하게 상찬이 되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좋은 시를 많이 쓴 시인이 홀대받는 경우가 있다. 이 자리에 올린 스무 개의 글은 그간 올바른 평가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상도 별반 받지 못했고 시인론도 거의 없는 시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씌어졌다. 본격적인 시인론이 아니라 대다수 짧게 쓴 글인데, 이 미약한 글이 앞으로 씌어질 시인론의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이 책 속의 모든 글이 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메우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려운 출판 상황에서 졸고를 한 권의 책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나선 푸른사상의  한봉숙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006년 겨울 초입에
                                                 중앙대 안성캠퍼스 연구실에서

                                                          이 승 하



  <차례>

  Ⅰ. 연변 조선족의 시를 찾아서


  연변 조선족 중·고교 교과서 수록 시 연구
     補遺:조선족 시인 석화 소론  


  Ⅱ. 재미동포 시인들의 시 세계


  모국어를 갈고 닦아 우리 후손에게
  생명에 대한 관심과 고국에 대한 사랑
  죽음, 혹은 인간사에 대한 성찰
  시란 횃불로 타는 붓이어야 합니다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인들
  언어의 진정성에 대한 확인과 의미 영역의 확산
  여섯 시인에게 다가가기
  탄탄한 검은 근육의 아스팔트 위에서
  미국에 살면서 모국어로 시를 쓴다는 것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시들
  조국과 모국어에 대해 성찰한 시들


  Ⅲ. 더 따뜻한 조명이 필요한 시인들    


  유머 감각과 희망의 철학―천상병론  
  병사한 시인이 남긴 시편 읽기―이비오론  
  자살한 시인이 남긴 시집―이연주론  
  60년 여행 중에 남긴 6권의 시집―임영조론  
  명징하고 짧고 쉬운 시의 맛―임강빈론  
  일자시에서 우주시까지의 진폭―성찬경론  
  기계시에서 디오니소스 축제의 시학까지―범대순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허영자론
  온 몸과 온 마음으로 하는 사랑―한승원론  
  생명력을 구가하는 사계절의 산―박명용론
  남편을 땅에 묻고 시를 쓰다―신달자론  
  시, 고향과 자연, 우주와 죽음을 노래하는 시인―허형만론  
  슬픈 배달겨레, 기쁜 배달노래―박태일론  
  세상의 시인이여,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을 하라―이은봉론
  그대를 찾아가는 힘겨운 여정―홍일선론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 생명과 자연―정일근론  
  영화적 상상력의 시적 분출―허혜정론  
  인간미의 시학―김영탁론
  가족의 의미 찾기와 실존적 자아 찾기―박제영론  
  반성문의 의미로 쓴 몇 편의 시―임희구론


한국 시문학의 빈터를 찾아서
푸른사상, 2006
가격 25,000원

-<빈터>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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