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마음/정용진 시인/한국일보
2013.10.01 08:00
책을 읽는 마음
2013년10월1일(화)/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마음은 인간의 거울이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세상을 밝게 보고, 마음이 흐린 사람은 세상을 비관과 허망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노래가 항상 슬프다.
일생 일회적으로 주어진 인생을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생활 철학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젊음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인들은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의 시간인들 가볍게 보내지 말라’(少年易老 學難成 一村光陰不可輕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고 가르쳤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10월을 독서의 달로 정한 것 도 이 때문이다. 선인들께서 ‘하늘은 높아가고 말은 살찌는데 추야장장 긴긴밤에 등불을 가까이하라’(天高馬肥 燈火可親)고 면학을 권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이기도 하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학문의 대업을 성취한 사람을 일러 우리들은 형설(螢雪)의 공(功)을 닦았다고 찬사를 보낸다.
형설의 공이라 함은 가세는 비록 가난하였으나 그 사귐이 잡되지 아니하고 학구열이 강한 진나라 손강(孫康)이 깊은 겨울날 눈 덩이를 뭉쳐 마루위 함지박에 담아 놓고 이에 반사되는 달빛을 통하여 글을 읽었으며, 차윤(車胤)은 기름을 구할 길이 없어 여름날 밤 성긴 베자루에 반디를 수십 마리 잡아 넣어 그 반짝이는 불빛으로 밤 깊은 줄 모르고 책을 읽어 성공한 사례를 들어 형설지공이라 하여 후세의 귀감으로 삼은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성균관 명륜당(成均館 明倫堂)에 걸린 현판에 ‘해와 달의 두 바퀴는 하늘과 땅의 눈이요, 시서 만권의 책 속에 성현들의 마음이 들어있다’(日月兩輪 天地眼 詩書萬卷 聖賢心)는 말씀을 접하고 크게 깨닫고 분발한 일이 일생에 큰 거울이 되었다. 또 삼국지를 밤 새워 읽으면서 제갈량의 인품과 덕망 그리고 청경우독(晴耕雨讀)에 매료되어 미국 땅에 와서 장미를 가꾸고 농장을 경영하면서 ’날이 들면 들에 나가 밭을 갈고 날이 궂으면 서재에 들어 책을 읽고’ 시와 글을 쓰면서 지내온 삶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후대에 전할 가훈으로 ‘청경우독‘을 택하였다.
혁피삼절(革皮三絶) 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책의 표지를 쇠가죽으로 싸서 세 번이 달아빠지도록 읽으라고 이른 말에서 유래한다.
책을 들면 골이 아픈 사람, 오늘 저녁은 어떤 음식으로 입을 즐겁게 할까에 몰두하는 미식가들은 영혼이 고갈된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은 책을 읽다가 식사의 때를 잃어 버리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의 지사들에 의하여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학문에는 나의 생업을 위하여 열중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이웃과 세계를 위하여 공헌하겠다고 다짐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의 구별이 있다. 위기지학도 좋지마는 위인지학의 높은 경지만은 못한 차원이다.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아니하고 가난하면서 비굴하지 아니하면 어떻습니까?’라고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을 때 ‘괜찮다마는 부자이면서 베풀기를 좋아하고 가난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만은 못하다.’고 일러 주었다. 이러한 스승이 있는 나라에 진시황이 나와서 책이 많으면 아는 것이 많아 통치에 어려움이 있고, 유학자가 많으면 말이 많다고 농서와 의서만을 남기고 수많은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진흙 구덩이에 묻어 죽인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악례까지 남겨 놓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현대인의 고민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고인(思考人)이 아닌 행동의 인간 공작인(工作人)을 양산하려는 데 있다. 책속에는 뜻있게 살아간 선인들의 숭고한 얼이 숨겨 있고, 인생을 바로 사는 예지가 담겨져 있고, 내일을 조망하며 걸어가는 지혜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철인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성찰이 없는 인간은 살 가치조차 없고, 파스칼의 지적과 같이 ’사고성이 인간의 위대성이다. 이 모두가 책 속에 담겨진 인간의 진리들인 것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10월 ‘책 속에 길이 있다. 옳게 읽고 바로가자.’를 되 뇌이면서 심령을 살찌우고 삶의 깊이를 더해보자.
책을 읽는 마음은 선인들과 만나는 기쁨이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책이란 거울을 통하여 재 조명해보는 소중한 계기 가된다. 이 가을에는 책을 가까이하고 애독하는 우리 모두가 되자.
2013년10월1일(화)/한국일보 정용진 시인
마음은 인간의 거울이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세상을 밝게 보고, 마음이 흐린 사람은 세상을 비관과 허망의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 노래가 항상 슬프다.
일생 일회적으로 주어진 인생을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생활 철학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젊음은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인들은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 어려우니 촌음의 시간인들 가볍게 보내지 말라’(少年易老 學難成 一村光陰不可輕 未覺池塘 春草夢 階前梧葉 已秋聲)고 가르쳤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10월을 독서의 달로 정한 것 도 이 때문이다. 선인들께서 ‘하늘은 높아가고 말은 살찌는데 추야장장 긴긴밤에 등불을 가까이하라’(天高馬肥 燈火可親)고 면학을 권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이기도 하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학문의 대업을 성취한 사람을 일러 우리들은 형설(螢雪)의 공(功)을 닦았다고 찬사를 보낸다.
형설의 공이라 함은 가세는 비록 가난하였으나 그 사귐이 잡되지 아니하고 학구열이 강한 진나라 손강(孫康)이 깊은 겨울날 눈 덩이를 뭉쳐 마루위 함지박에 담아 놓고 이에 반사되는 달빛을 통하여 글을 읽었으며, 차윤(車胤)은 기름을 구할 길이 없어 여름날 밤 성긴 베자루에 반디를 수십 마리 잡아 넣어 그 반짝이는 불빛으로 밤 깊은 줄 모르고 책을 읽어 성공한 사례를 들어 형설지공이라 하여 후세의 귀감으로 삼은 것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성균관 명륜당(成均館 明倫堂)에 걸린 현판에 ‘해와 달의 두 바퀴는 하늘과 땅의 눈이요, 시서 만권의 책 속에 성현들의 마음이 들어있다’(日月兩輪 天地眼 詩書萬卷 聖賢心)는 말씀을 접하고 크게 깨닫고 분발한 일이 일생에 큰 거울이 되었다. 또 삼국지를 밤 새워 읽으면서 제갈량의 인품과 덕망 그리고 청경우독(晴耕雨讀)에 매료되어 미국 땅에 와서 장미를 가꾸고 농장을 경영하면서 ’날이 들면 들에 나가 밭을 갈고 날이 궂으면 서재에 들어 책을 읽고’ 시와 글을 쓰면서 지내온 삶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후대에 전할 가훈으로 ‘청경우독‘을 택하였다.
혁피삼절(革皮三絶) 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책의 표지를 쇠가죽으로 싸서 세 번이 달아빠지도록 읽으라고 이른 말에서 유래한다.
책을 들면 골이 아픈 사람, 오늘 저녁은 어떤 음식으로 입을 즐겁게 할까에 몰두하는 미식가들은 영혼이 고갈된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은 책을 읽다가 식사의 때를 잃어 버리는 ‘발분망식(發憤忘食)의 지사들에 의하여 진보 발전하는 것이다.
학문에는 나의 생업을 위하여 열중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이웃과 세계를 위하여 공헌하겠다고 다짐하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의 구별이 있다. 위기지학도 좋지마는 위인지학의 높은 경지만은 못한 차원이다.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아니하고 가난하면서 비굴하지 아니하면 어떻습니까?’라고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을 때 ‘괜찮다마는 부자이면서 베풀기를 좋아하고 가난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만은 못하다.’고 일러 주었다. 이러한 스승이 있는 나라에 진시황이 나와서 책이 많으면 아는 것이 많아 통치에 어려움이 있고, 유학자가 많으면 말이 많다고 농서와 의서만을 남기고 수많은 책을 불사르고 유학자들을 진흙 구덩이에 묻어 죽인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악례까지 남겨 놓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현대인의 고민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고인(思考人)이 아닌 행동의 인간 공작인(工作人)을 양산하려는 데 있다. 책속에는 뜻있게 살아간 선인들의 숭고한 얼이 숨겨 있고, 인생을 바로 사는 예지가 담겨져 있고, 내일을 조망하며 걸어가는 지혜가 서려있기 때문이다. 철인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성찰이 없는 인간은 살 가치조차 없고, 파스칼의 지적과 같이 ’사고성이 인간의 위대성이다. 이 모두가 책 속에 담겨진 인간의 진리들인 것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10월 ‘책 속에 길이 있다. 옳게 읽고 바로가자.’를 되 뇌이면서 심령을 살찌우고 삶의 깊이를 더해보자.
책을 읽는 마음은 선인들과 만나는 기쁨이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책이란 거울을 통하여 재 조명해보는 소중한 계기 가된다. 이 가을에는 책을 가까이하고 애독하는 우리 모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