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6.07.31 14:56

명상의 시간-최용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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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시간

                                                               최용완


 지금도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하다. 네 살 때 할아버지는 우리 형제들에게 염불을 가르쳐 주셨다. 그때부터 우리는 매일아침 일어나면서 배게 옆에 앉아 염불하는 습관을 가졌었다. 해방 후에 중학교 다닐 무렵에 친구들 따라 교회도 다니기 시작했고 교회 찬양대도 하고 할머니 따라 성탄절에 선물 받는 천주교 성당에도 다니기고 했다. 아버님은 장손이셔서 집에서 유교전통식 선조들의 재사를 잘 지내셨다. 대학교 다닐 때 나는 이들 종교의 필요성과 의미를 알고 싶어서 혼자서 조용한 시간을 갖고 명상하는 습관을 시작 하였다.


공과대학이 태릉 육군사관 학교 가까이 불암산 남쪽 편에 있고 학교에서 하숙집까지 큰길로 40분 걸리고 공동묘지 샛길로 30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학비 버느라 일주일에 네 번 가정교사 하러 돈암동에 다니고 학교 럭비운동 팀으로 연습도 하였기에 항상 시간이 모자랐다. 밤늦게 건축과 설계 실에서 숙제를 하고나면 새벽길을 혼자서 걸어 하숙집에 갔다. 처음에는 큰길로 다니다가 10분을 주려서 묘지에 샛길로 다니기 시작하였다. 머리털이 바짝 서고 몹시 긴장하였지만, 걷다가 차츰 익숙해지고 한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도리어 조용한 시간이 참 좋아졌다.


비 오는 날 어느 묘에 기대고 앉아 묘안에 누어있는 시신과 이야기하는 생각해보도 이집트 피라미드에 미라가 재생하여 부활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나에게 어떤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때가 있었다. 그러든 어느 날 새벽길에 갑자기 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 아기를 구출 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소리 나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나를 피해 옮겨 다녔다. 갑자기 무서움이 닥치는 듯 하다가 드디어 나는 도망치는 여우 한 마리를 어두움 속에서 보고서야 안심하고 하숙집에 왔다. 옛말에 여우에게 홀린다는 일을 혼자서 경험하였다.

                                 

다음날 아침 하숙집 아주머니는 내방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 밤에 묘지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나는 자초지종 모두 이야기하고 여우 우는 소리에 길을 헤맸던 일도 말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동내에 누군가가 어두운 새벽에 묘지에서 나오는 나를 보았고 남의 묘를 파고 훔치는 도굴꾼으로 의심하여 하숙집에 알려주었다고 한다. 나는 계속해서 학교 졸업할 때까지 한결같이 같은 묘지 길을 걸으면서 달과 별들 그리고 흐르는 구름과 함께 조용한 시간을 가졌다


그때부터 혼자서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어머니 몸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기에 우리의 몸과 마음에 사랑이 있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전하는 모체와 생명을 얻은 새 생명 사이에 사랑의 연관이 있고 그 관계가 종교의 기본이었음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랑이 없었으면 그 생명이 지구상의 생존경쟁 속에서 그 씨가 계속하여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지금 한평생에 시를 쓰는 버릇이 있어 시도 읊고 혼자서 마음속에 노래도 불으며 종교에 관한 생각을 지금도 계속한다. 인류의 문화는 종교에서 시작하여 예술이 태어나고 과학이 성장하는 과정을 거친 듯하다. 현대세계에 종교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여 국가나 개인을 우상화하고 인간의 종교적 본능을 악용하거나 혹은 자기의 종교만을 유일한 종교인 것처럼 생각하여 종교에 편견을 조성하고 종교 간에 분쟁을 불러오는 범죄 집단과 유사한 행동하는 과오가 허다하다. 독제국가의 정책으로 국민이 겪는 고통을 정당하게 보이도록 하거나 혹은 기독교와 회교도의 분쟁으로 계속되는 전쟁과 평민의 학살이 정당하게 보이도록 되었음이 현실이다.


명상의 시간을 갖고 종교의 고마움을 누림은 우리에게 커다란 혜택이다. 영의 세계는 모든 생명체들과, 예술의 세계는 노래하고 춤추는 고등생물들과, 그리고 과학의 세계는 인간과 함께 있어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종교는 우리와 함께 해왔고 끝까지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미신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보존되어온 모든 종교들이 문을 열고 마음을 비워 서로를 받아 드리고 모든 경전에 기록된 진리를 하나로 모아 모든 일류에게 자유 평화 복지의 근원이 되었으면 한다. 인류사회의 현재와 장래에 더욱 큰 혜택이 되기를 혼자서 생각해 본다.



문협월보 8월호 '수필감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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