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20 | 시 | 사인(死因) | 하늘호수 | 2016.04.09 | 248 |
»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247 |
818 | 시 | 나의 고백 . 4 / 가을 | son,yongsang | 2015.10.23 | 247 |
817 | 시 | 날 저무는 하늘에 노을처럼 | 하늘호수 | 2017.05.15 | 247 |
816 | 시 | 바위의 탄식 | 강민경 | 2016.07.07 | 246 |
815 | 시 | 6월의 창 | 강민경 | 2014.06.08 | 245 |
814 | 시 | 시 / 바람 3 | son,yongsang | 2017.09.04 | 245 |
813 | 시 | 설산을 안고 앵두 빛 동심을 찾다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6.25 | 245 |
812 | 시 | 우수(雨水)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1.03.03 | 245 |
811 | 시 | 꽃, 지다 / 성벡군 | 하늘호수 | 2015.08.10 | 244 |
810 | 시 | 사월 향기에 대한 기억 | 강민경 | 2016.04.30 | 244 |
809 | 시 | 화려한 빈터 | 강민경 | 2016.09.07 | 243 |
808 | 시 | 3시 34분 12초... | 작은나무 | 2019.03.21 | 242 |
807 | 시 | 오디 | 성백군 | 2014.07.24 | 241 |
806 | 시 | 달, 그리고 부부 | 하늘호수 | 2016.10.02 | 240 |
805 | 시 | 바람의 말씀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18.04.02 | 240 |
804 | 시 | 글 쓸 때가 더 기쁘다 / 김원각 | 泌縡 | 2020.06.27 | 240 |
803 | 시 | 7월의 유행가 | 강민경 | 2015.07.28 | 239 |
802 | 시 |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 강민경 | 2019.02.16 | 239 |
801 | 시 |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 강민경 | 2016.10.01 | 2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