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27 | 시 | 얼룩의 소리 | 강민경 | 2014.11.10 | 572 |
| 926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 김우영 | 2014.11.09 | 1204 |
| 925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686 |
| 924 | 시 | 숙면(熟眠) | 강민경 | 2014.11.04 | 398 |
| 923 | 시 | 가을비 | 성백군 | 2014.10.24 | 523 |
| 922 | 시 |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 강민경 | 2014.10.17 | 566 |
| 921 | 시 | 내가 세상의 문이다 | 강민경 | 2014.10.12 | 470 |
| 920 | 시 | 가을 밤송이 | 성백군 | 2014.10.10 | 571 |
| 919 | 시 | 그늘의 탈출 | 강민경 | 2014.10.04 | 487 |
| 918 | 시 |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 2014.10.01 | 462 |
| 917 | 시 | 바람의 독도법 | 강민경 | 2014.09.27 | 431 |
| »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497 |
| 915 | 시 | 시간은 내 연인 | 강민경 | 2014.09.14 | 509 |
| 914 | 시 | 얼룩의 초상(肖像) | 성백군 | 2014.09.11 | 458 |
| 913 | 시 | 끝없는 사랑 | 강민경 | 2014.09.01 | 609 |
| 912 | 시 | 유쾌한 웃음 | 성백군 | 2014.08.31 | 428 |
| 911 | 시 | 한낮의 정사 | 성백군 | 2014.08.24 | 673 |
| 910 | 시 | 외로운 가로등 | 강민경 | 2014.08.23 | 710 |
| 909 | 시 |
그리움이 쌓여
|
dong heung bae | 2014.08.22 | 505 |
| 908 | 시 | 8월은 | 성백군 | 2014.08.11 | 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