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잠자리 / 성백군
가을, 연못 위를
잠자리가 날아다닙니다
수초와 풀대, 나뭇가지 사이를
비상과 착륙을 반복하면서
드론처럼 활강하다가 물오리 머리 위를 스윙합니다
“잘한다.” 신기인 줄 알았는데
바람이 수초를 흔들며 “아니랍니다”
순전히 신의 긍휼이랍니다
알, 애벌레에서 성충을 거쳐
하늘을 날기까지의 삶이 제 능력만이었다면
물고기, 새, 천재지변은 무능했나요?
자만하지 마시고
교만하지 말래요
삶이라는 게 제 능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랍니다
천지 지어 신 하나님이 자비를 베풀어 지켜주시지 않았다면
벌써, 생명에서 버려졌을 것입니다
감사할 일이 있어서
감사하는 게 아닙니다
좋은 생각을 하면 감사하게 된다고
가을 햇볕이 손등을 핥고 지나갑니다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45 | 시 |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03 | 181 |
| 944 | 시 | 가을 입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26 | 206 |
| » | 시 | 가을, 잠자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9 | 219 |
| 942 | 시 | 얌체 기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2 | 330 |
| 941 | 시 | 정독, 인생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05 | 298 |
| 940 | 시 | 천기누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9 | 236 |
| 939 | 시 | 외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2 | 225 |
| 938 | 시 | 위, 아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15 | 267 |
| 937 | 시 |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08 | 209 |
| 936 | 시 | ‘더’와 ‘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01 | 164 |
| 935 | 시 |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25 | 154 |
| 934 | 시 | 주름살 영광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19 | 132 |
| 933 | 시 | 섞여 화단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12 | 180 |
| 932 | 시 | 버리기도 기술입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06 | 173 |
| 931 | 시 |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28 | 146 |
| 930 | 시 | 5월 들길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6.20 | 190 |
| 929 | 시 | 울타리가 머리를 깎았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14 | 159 |
| 928 | 시 | 홀로 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06 | 195 |
| 927 | 시 | 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01 | 151 |
| 926 | 시 |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23 | 27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