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해와 달/강민경
얼굴 하나에 눈도 하나인
외눈박이 해와 달
눈 하나로 세상을 밝히려 한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비록 외눈이지만
얼굴이 전부 눈인걸요
그 큰 눈으로 종일 밤낮을 지키지만
한 번도 감은 적 없어요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하현달
달은 제 몸을 부풀고 헐어 어둠을 지우고
아침 점심 저녁
수억 년을 달려왔지만
해가 언제 길을 잃은 적이 있던가요
우리는 두 눈을 가지고도
밤낮을 구별하지 못하고
이쪽저쪽의 방향을 잃고 헤매지만
저 외눈박이는 눈이 하나라서
낮에는 해, 밤에는 달이 되어 반짝반짝
세상에 빛을 뿌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