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3 07:14

여기에도 세상이

조회 수 12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기에도 세상이/강민경

 

 

여행에서 돌아온 뒤

오랜만에 오르는 첫 산행길이

예상과는 다르게

차가 들락거릴 만큼 폭넓고 환해서

마음을 놓는데 시샘이라도 하는 듯

, , 구분도 안 되는 발자국으로

뒤엉킨 진창이 앞을 가로막는다

 

같은 무리가 되고 싶지 않아

옷자락을 거머쥐고

까치발로 앞만 보고 가는데

누군가가 옷자락을 잡아끌어

뒤돌아보는데 정신 차리라는 듯

딱 하고 이마를 때리는 나뭇가지의 당돌한 말

산속이라고 세상이 없는 줄 알면큰 오산이라고

짓궂은 개구쟁이처럼 머리를 흔들며 노려본다

억울해서 울상이 되는데

 

재미있어하는 그이

세상은 어느 곳이라도 있는데

당신만 피해 가려 했으니

그 나뭇가지, 안타까워

심술이 동했나 봐 하며 웃는다

따라 웃을 수밖에 없는

  

나는

어느새, 여기를 건넌 사람들과

한 동아리로 얽혀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09 여름 보내기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8.30 198
1608 여름 낙화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8.06 181
1607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3.12 244
» 여기에도 세상이 강민경 2015.10.13 127
1605 여고행(旅苦行) 유성룡 2005.11.26 429
1604 엘리베이터(ELEVATOR) 번지수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7.20 149
1603 에밀레종 손홍집 2006.04.09 199
1602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223
1601 엉덩이 뾰두라지 난다는데 1 file 유진왕 2021.07.18 289
1600 수필 엄마의 ‘웬수' son,yongsang 2015.07.05 351
1599 엄마는 양파 강민경 2019.11.06 307
1598 엄마 마음 강민경 2018.06.08 109
1597 얼씨구 / 임영준 뉴요커 2006.02.17 233
1596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204
1595 얼룩의 소리 강민경 2014.11.10 308
1594 얼굴 주름살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20 109
1593 얹혀살기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8.17 187
1592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새는 곽상희 2007.08.31 512
1591 언어의 그림 그릭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2) 박영호 2008.11.12 633
1590 언어의 그림 그리기와 시의 생동성에 대하여 (1) 박영호 2008.11.12 562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