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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자리는 슬프다/강민경



나는
내가 당신 딸임을 잊어버렸습니다.

사랑을 만나면서
비로소 나는 꽃이 되었고
수억의 광파(光波)에 꽉닫힌
가슴이 열리자마자 더 그악스런
어미가 되어 아이를 키웠습니다.

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다닐 때면
부대끼다 상처입어 벌레 먹힌 풋과일처럼
떨어지지나 않을까 허둥거리며
당신을 파먹고 자란 내가, 어미 되려고
애쓰는 그 시절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이었음을 그때는 왜 몰랐는지.


갈잎처럼 서걱이는 뼈 소리를 들으면서
내게 배경이던 당신을 돌아보는
가슴 한편에 나있는 빗물 자국을 보고서야!
나는 내가 당신의 딸이었음을
기억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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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강민경 2010.02.20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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