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까꿍 / 성백군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 추운데
동네 담 보퉁이 벚나무는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만개(滿開)를 넘어 허공에 분분하며
겨울잠을 깨운다
땅 위에 떨어져 엎어진 낙화 한 송이
안쓰러워
주워, 뒤집어 보는데
‘까꿍’ 수술들이 모여 아는 체한다
나도 드려다 보고 눈 맞추며 ‘까꿍’ 하는데
어디서 또 ‘까꿍’ 이다
더부살이 다람쥐 한 마리 늦잠 자다 깨었나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벚나무를 오르내리며 이쪽저쪽에서
‘까꿍’ ‘까꿍’ ‘까꿍’
저기, 젖먹이 동네 아이
엄마 손 잡고 아장아장 걸어온다
중국, 일본, 한국 아이, 인도?
모르겠다. 저도 모르겠다고 말똥말똥
아무렴 어떤가, 제가 봄이라 귀여운데 ‘까꿍’
신기하고, 낯설고, 멀고, 가깝고, 이상하다고, 아이 눈망울에
봄이 ‘까꿍’ ‘까꿍 ‘까꿍’
이러다간
내 혓바닥에 가시가 돋겠다
늙은 몸에도 꽃샘바람 불겠다
1296 - 02132023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211 | 시 | 홀로 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06 | 207 |
| 2210 | 시 | 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01 | 156 |
| 2209 | 시 | 나목의 가지 끝, 빗방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23 | 278 |
| 2208 | 시 | 보훈 정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16 | 141 |
| 2207 | 시 | 삽화가 있는 곳 2 | 김사빈 | 2023.05.14 | 153 |
| 2206 | 시 | 4월, 꽃지랄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5.09 | 141 |
| 2205 | 시 | 꽃잎이 흘러갑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02 | 137 |
| 2204 | 시 | 빗방울 물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4.25 | 130 |
| 2203 | 시 | 황토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4.19 | 142 |
| 2202 | 시 | 카멜리아 꽃(camellia flawer)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4.09 | 217 |
| 2201 | 시 | 찬바람의 통곡 소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4.03 | 151 |
| 2200 | 시 | 고목 속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3.14 | 150 |
| 2199 | 시 | 꽃샘추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3.07 | 116 |
| 2198 | 시 | 봄기운 : (Fremont, 2월 26일)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3.01 | 246 |
| 2197 | 시 | 소화불량 / 성배군 | 하늘호수 | 2023.02.21 | 232 |
| » | 시 | 봄, 까꿍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2.14 | 179 |
| 2195 | 시 | 길가 풀꽃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2.07 | 124 |
| 2194 | 시 | 재난의 시작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1.31 | 133 |
| 2193 | 시 | 세상, 황토물이 분탕을 친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1.24 | 179 |
| 2192 | 시 | 겨울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1.17 | 17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