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싱크대 안 그리마 / 성백군

 

 

 

이른 아침

싱크대 바닥에 그리마 한 마리

갑자기 켜진 전등 불빛에

발이 묶였다

 

빨리, 수챗구멍으로 숨어 버리면

저 좋고 나도 좋으련만

그동안 사람 곁에서 배운 것이 있다며

보무도 당당하다

 

저걸, 그대로

손가락으로 문질러 죽이자니

그것도 생명이라 마음이 움츠러들고

살려 보내자니 몸이 근질거린다.

 

물로 씻어

산채로, 수챗구멍으로 흘려보내고

잘했다고 안위(安慰)하는 마음도 잠시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다시 기어 올라와야 하는 그리마가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사는 게 다 죄짓는 일이다

 

   1405 - 0709202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홍시-2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30 188
29 개 목줄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07 108
28 꽃은 다 사랑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14 92
27 그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22 80
26 호수 위에 뜨는 별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5.28 88
25 신록의 축제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04 71
24 꽃가루 알레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11 60
23 나뭇잎 파동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18 74
22 땅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6.25 51
21 가지 끝 나뭇잎 하나 - 2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2 66
20 적토(積土)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9 52
19 별 셋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16 42
18 길바닥에 고인 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23 45
» 싱크대 안 그리마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30 53
16 불꽃놀이(Fireworks)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06 60
15 달팽이 걸음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13 79
14 덤으로 얻은 행복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20 29
13 뿔난 자존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8.27 77
12 배롱나무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9.03 89
11 여름 배웅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9.10 57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