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를 하며

2015.01.09 17:23

차신재 조회 수:51

설거지를 하며
                      차신재

마음이 어지러운 날은
부엌 가득 쌓인 일거리가 싫지 않다
그릇에 묻은 냄새나는 찌꺼기들
스토브에 달라붙은 끈적거리는 것들
수세미로 박박 닦다보면
찌들고 얼룩진 내 삶의 자국들까지
씻겨나가는 듯 기분이 맑아진다

누가 다시 더럽힌들 무엇이 겁나랴
가슴 속에 쌓이는 앙금 없어
깨끗한 물로 한 바탕 헹구어내면
슬픔도 미움도 원망도 질투도
모두 씻겨 나가
다시 해 맑은 얼굴로 웃을 수 있는 걸

아무것도 욕심내지 않고
늘 기쁜 얼굴로 제 몫을 다 하는 것들
누군가의 영혼 그 밑바닥까지 탐내었던
내 외곬의 사랑은
스스로 산산 조각 나
목숨 한 끝엔 늘 눈물이 맺혀 있는데

더러워진 그릇들 깨끗이 씻어
찬장 속에 나란히 놓 듯
내 속의 온갖 찌꺼기들
말끔히 씻어 말려
맑은 별빛 하나로
가슴 속에 올려 놓을 수 있었으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539 세월 홍인숙(그레이스) 2004.08.04 278
10538 꽃길 그레이스 2004.08.04 195
10537 어느 여름날의 풍경 오연희 2004.08.05 151
10536 따땃한 방 오연희 2004.08.05 84
10535 갈대 소리 백선영 2004.08.05 118
10534 미완(未完)의 전선 백선영 2004.08.05 115
10533 뉴포트 비치 -*피어에서- 이성열 2004.08.06 154
10532 한쪽 날개가 없는 나비 문인귀 2004.08.06 119
10531 짐을 싸는 마음 노기제 2004.08.06 145
10530 내 할머니 세대의 표현법 노기제 2004.08.06 162
10529 붓꽃 정용진 2004.08.08 83
10528 조국 정용진 2004.08.08 45
10527 원색의 삶 오연희 2004.08.08 208
10526 떼낄라 소라리스 미미박 2004.08.09 142
10525 나 좀 살려줘요 노기제 2004.08.09 152
10524 수입상과 거짓서류 노기제 2004.08.09 118
10523 첫사랑처럼 오연희 2004.08.09 58
10522 멍청한 미국 샤핑몰 오연희 2004.08.09 273
10521 행복에게 박경숙 2004.08.10 60
10520 징검다리 정용진 2004.08.10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