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60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피아노는 늘
육체를 다스리는 풍습에 젖는다
열 손가락으로 광! 광! 두들기는
말초신경의 뻔뻔함으로
육체를 거부하는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피아노 치는 여자는

검정 속옷과 스터킹
어지러운 손가락 놀림
발밑에 눌리는 소프트 페덜만으로
피아노는 충분히 남자의 함정이다
피아노 치는 여자 목 아래로 푹 파여 있는
아늑한 함정이다

육체는 육체끼리
영혼은 영혼끼리
따로 떨어진 연습실에서 음계연습을 한다
머리를 잘 빚지 않는 남자를
자신에게 단단하게 묶어 두기 위하여
오늘도 밤늦도록 피아노 치는 여자여
이룰 수 없는 사랑,
저 싱싱한 페미니즘이 붉은 피를 흘릴 때
슬며시 고개를 드는 휴머니즘을 위하여
나를 때려 다오, 피아노 치는 여자여
여지 없이 나를 발로 짓눌러 다오
새까만 그랜드 피아노 소프트 페덜처럼

* 피아노 치는 여자 - 200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소설 제목

© 서 량 2005.02.09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석류의 사랑 강민경 2005.06.28 540
» 피아노 치는 여자*에게 서 량 2005.06.22 660
88 노란리본 강민경 2005.06.18 290
87 빈 집 성백군 2005.06.18 271
86 풀 잎 사 랑 성백군 2005.06.18 315
85 유월(六月) / 임영준 윤기호 2005.05.31 277
84 아우야, 깨어나라 고영준 ko, young j 2005.05.18 382
83 밤에 듣는 재즈 서 량 2005.05.17 301
82 Fullerton Station 천일칠 2005.05.16 198
81 [가슴으로 본 독도] / 松花 김윤자 김윤자 2005.05.11 283
80 연두빛 봄은 김사빈 2005.05.08 381
79 밤에 피는 꽃 서 량 2005.05.06 713
78 유나의 웃음 김사빈 2005.05.04 481
77 아침에 나선 산책 길에 김사빈 2005.05.04 274
76 사모(思慕) 천일칠 2005.04.26 238
75 월터 아버지 서 량 2005.04.11 345
74 재외동포문학의 대약진 이승하 2005.04.09 387
73 꿈꾸는 산수유 서 량 2005.04.02 369
72 그렇게 긴 방황이 김사빈 2005.04.09 331
71 산(山) 속(中) 천일칠 2005.04.04 297
Board Pagination Prev 1 ...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