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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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1시집
2008.05.09 13:14

동대문

조회 수 926 추천 수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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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월란




밥벌이의 치열함이 한평 점포마다
살벌한 눈빛으로 앙상한 날개들을 진열해 놓은 종로 6가
운이, 재수가, 꿈이, 희망이, 저금통장이
깜찍하게 명품을 재연해 놓은 바느질 사이로
한뜸 한뜸 기워지고 있는 보물 제1호, 흥인문
반품이나 환불을 요구했다간 따귀 맞기 좋은 저자거리
흥정을 하며 쪽거울 앞에서 날개를 달아본 미시족
아무래도 샀다간 후회하지
쭈뼛 쭈뼛 돌아서는 눈치가 발갛게 달아오르고
흔쾌히 지갑을 열어주지 못한 죄로 뒷덜미가 후끈할 때
김치찌개 뜨던 숟가락 양은쟁반에 내동댕이치며
<재수 없어>란 말도 아까워 입안으로 삼킨 새파란 주인아가씨
똥물 튀긴 표정으로 아침식사도 끝내기 전에
마수걸이를 망쳐놓은 용서받지 못할 악귀의 뒤태에
소금병을 들고 한움큼 뿌리는 곳
저 날개를 달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을까
나비들이 떼를 지어 쫓아올까
원가 들먹이는 밑지는 장사 입으로만 하다 새우잠을 자기도 하는
한평 인생족들이 오늘도 꽉다문 지갑의
악귀들을 부르고 있는 흥인지문
                  

                                                           200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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