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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작년 봄이였군요.

2007.11.07 01:04

이 상옥 조회 수:1235 추천:103

벌써
작년 봄이였군요.

하얀 목련이 하나 가득 나무 가지를 덮은 봄날,
파아란 튜우립의 잎이 솟아 오르고
부레이징 옐로의 데포데일 ( 수선화 )과 개나리가 만발해 있었죠.
그리고
누우런 옛 잔디 잎을 제치고 새로이 솟아 오른 잔디 잎이 파아랗게 봄의 색갈로
잔디밭을 물들일때.
그러나
잡목이 우거진 근처의 숲은
변함 없이 회갈색이 였었답니다.
그제 밤에 비가 내렸으니
이제 머지 않아 그 숲도 엵은 녹색으로 바뀔텐데.
이렇게
세상 만물이 새로운 꿈을 간직하는 이 봄에도
저 늙은 사과나무 그루터기에 새싹이 돋아 나려나 ?


한때
온 동네를 마치 결혼식 신부의 머리에 쓴 하얀 가운처럼
온통 하얀꽃으로 아름답게 만발한 꽃이 피였었고
여름 동안 열심히
가지가 찟어 지도록 그득하니 열렸던 사과 나무 말입니다.
제때에
열매를 맺고
저 휘몰아 치는 광풍에도
자신을 꾿꾿히 버티던 책임감.
항상 토끼도 다람쥐도 그 그늘 아래에서
온 식구 다 모여 싫컷 먹고
포만감 가득히 배를 두드리며 갔던
그런 시절이 아득한 추억 속에 간직된 저 늙은 고목에
다시오는 봄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세월은
그렇게
저 사과 나무에도
그리고 나 같은 인간에게도
변함없이 나이테를 만들고 또 얼굴에 깊은 주름을 만드는 군요.
이 나이때 쯤이면
누구나 오래 오래 살고 싶어
불로초를 구하려 한
저 진나라 시황제의 본능적인 욕망에 고개를 끗덕 거리고
갈대처럼 서걱거리는 회한 속에
화려했던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며 이제는 이 세상에서
점점 잊혀져 갈 자신을 생각하고는
쓸쓸한 쓴 웃음을 지을수도 있답니다.
그러나
역시 세월은 지나보고 격어 봐야 이해할수 있는가 보죠 ?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톡톡 튀는 순발력과 이기적이고
안하무인 따위의 웃 사람 몰라보는 세태가
버겁게 우리들을 구석으로 몰아 부치지만
하나만 낳아 잘사는 너희들이
" 빨리 우리 나이때 쯤되서 한번 격어 봐라 ! "
하는 악담을 입에 올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기겁을 하며
주위를 돌아 본답니다.


카잘스라던가요 ?
그 분은 죽기전 까지 연주 생활을 했다하며
밥 홉프도 90이 넘을 동안 골프 치는 모습을 TV에 보았는데 ,,,,,,,,
그러면
나도 그럴수가 있을라나 ?
아니 그보다도
과연 우리들이 저 젊은 아래 세대에게 보여줄 모범이란
어떤것들이 있을까 ?
이 필부의 머릿속에는 쓸때 없는 욕망과 회한 만이 가득하지만
현자 달라이 라마라면
아마 이렇게 말해 줄것 같았읍니다.
" 여보게 우리 인생이란 항상 돌고 돈다네.
갓난 아이가 늙은 할아버지의 고뇌를 이해 할수 없듯이
이 세상일이란 그렇잖은가.
그러나 당신이 자비심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미 이 세상은 당신의 사랑스러운 마음처럼 변하여 갈 걸세. "


몇년전,
위대한 천주교 수장의 장례식이 있었고
그 다음날은
영국 황 태자의 길고긴 사랑의 여정이
황태자의 재혼이란 이밴트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쎈세이션이 되여
우리들에게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지만
아직까지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 나는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고 갑니다 ! "라고 말한 요한 바오로 2세의
따뜻한 미소가 마치 리라꽃 향기처럼 잔잔하게
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으리라.
나는 그런 이유로
아직도 건강하게 살아 있는 또 한사람의 현자인
" 나도 지금 행복하게 이 세상을 살아 갑니다. "라고 말하는
달라이 라마에게 시선을 멈추고 말았읍니다.
새로운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교황님과 달라이 라마가 생전에 8번이나 만났다더군요.
지금쯤
달라이 라마는
돌아가신 교황님의 극락왕생을 위해
조용히 빈 마음을 다스리며 염주를 돌리면서
어쩌면
그분은
당신을 우럴어 보는
내게
" 여보게나 인생은 태여나서 부터 늙게 마련이고
늙었다고 서러워 할 이유는 없다네.
자네는 아직 나보다도 헐씬 어린 나이이고
또 다시 불을 지펴 멋진 꿈을 얼마던지
꾸고 또 사를수 있지 않나.
그리고 나보다도 자네가 행복해야 할 조건이 헐씬 많구먼.
이 세상은 보기에 따라 행복은 바로 당신의 마음 안에 있다네. "라고
말해 줄 것 같았지요.


만약에
석가 세존과
예수님이 지금 세상에 만났다면
그 분들도
다음 세상 이론으로 티격 태격하셨을라나 ?
천만에 말씀 일것 같다.      그죠   ?
이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이리 저리 사족을 달아보다
문득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처럼
저 늙은 나무 둥지에도 새싻이 돋아나게 하는것은
주님의 기적을 바라기 보다
주님이 우리들에게 말씀해 주신
" 내가 없더라도
내가 있는듯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는 당신의 마음속에
우리 크리스찬의 꿈이 있는거요. " 라고 말씀하신 가운데
당신의 기적이 숨어 있는듯 느껴 졌답니다.
그렇다면
나도
그 양반들이 말한 것 처럼 또 다시 마음을 비우고
내 이 딱딱한 마음의 껍질을 벋어 버리면서
다시 새싻을 티워 봐야겠군요 !


잔디 밭에는
벌써
좋은 자식을 낳기 위해
라빈이란 놈들이 종종 걸음을 치며 자리 타툼을 하고 있었고
어느덧 화사하게 피여 나의 눈을 끈 수선화에 다가간
나는
조용히 내눈을 그 노오란 꽃속에 맞춰 버렸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