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 2023 [미주시조] 2호 출판기념 시조 콘서트

           ▶ 시조 낭송 어떻게 해야 할까 - 홍성란 시인 지도, 강의

 

미주시조시인협회(회장 안규복)[미주시조] 2호 출간 기념으로 화상 Zoom 시조 콘서트를 연다.

오는 125일 저녁 6(미 서부)부터 열리는 이 행사는 제 1회 신인 문학상 시상식, 미주 회원들의 자작 시조 낭송과 초빙 강사의 시범 낭송, 시조 작품 분석 해설 강의로 진행할 예정이다. 초빙 강사는 한국의 중진,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홍성란 시인이다. 홍성란 시인은 낭송 대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주시조] 2호는 현대시조를 쓰는 미주 시조시인들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미주라는 시대와 사회 가치적 공감대 속에 미주 시조의 특수한 배경을 활용하면서 현대적 미학과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쓰고 있다. 미주 시조의 당면 과제는 현대적 미학성 확보와 다양한 독자층 확대일 것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미주 시조시인 32인의 디아스포라 한글 시조, 디카시조, '한국시조시인협회'와의 교류 차원에서 한국 대표 시조시인들의 작품과 제 1회 미주시조 신인상 당선작을 싣고, 김민정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이 '시문학파에 나타나는 한국의 정형시, 시조'에 대해, 홍성란 시인이 '현대시조: 전통에서 세계문화로', 박진임 교수의 영어 프랑스어 번역 텍스트 읽기에 관한 논문 3편 등을 수록했다.

참가비는 없으며 시조에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환영한다. 이날 많이 참석하셔서 함께 나누고 즐기길 바란다.

 

     Zoom ID: 532 898 8489 Passcode: spaa

    문의 (818)687-4896 mijusijo@outlook.com

 

      시조낭송, 어떻게 할까

              -세상의 가장 안쪽을 펴내며 

                                                            홍성란(문학박사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허공에 피는 꽃

만해마을이 완공되기 전, 백담사에서 오늘의시조학회시조세미나가 열렸다. 백담사 안마당에 남사당패를 위한 줄이 오르고 판이 깔렸다. 그 무대에서 시조를 낭송하게 되었다. 졸시 조세잡가를 낭송했다. 사설시조인데 처음 낭송할 때부터 이 작품은 판소리의 아니리 대목처럼 절로 낭송이 되었다. 소리꾼이 아니리를 엮듯이 절로 소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왜 그랬을까. 의미 내용이 그렇기 때문이다.

대제학 예조판서를 지낸 조선 후기 사대부 작가 이정보의 물것타령처럼 해충이라는 물것들을 동원하면서 온갖 구실로 걷어내는 오늘날의 세금이라는 조세를 가지고 엇걸고 비틀어 말놀이를 하다 보니 재미와 신명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더하여 해충보다, 세금보다 더 못살게 구는 것은 나밖에 모른다던 놈물고 튄 놈이라는 종장의 익살이 조세잡가의 흥을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청중은 고수가 없어도 좋다! 얼씨구! 하는 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걸판진 사설에 어울리게 목소리도 노래하듯 고저장단이 출렁이며 아니리광대라는 말처럼 가벼운 몸짓에 실린 낭송이 판의 흥을 더했기 때문에 일품 추임새가 나오는 것이다.

시낭송이 끝나고 삼삼오오 물가에 앉아 담소할 때였다. 타계하신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나와 이경철 기자를 번갈아 보며 낭송을 하려거든 홍성란처럼 해야지.” 하시는 거였다. 기뻤다. 그 몇 해 전인가 이지엽 시인이 한국시조작품상을 탈 때 수상작 해남에서 온 편지를 낭송했다. 시인은 수상소감을 말하다 울어버렸다. 나의 낭송 탓이라고 했다. 사실은 낭송 탓이 아니라 사설 탓이다. IMF 당시, 노모가 계신 고향에 오지 못하는 자식들의 팍팍한 삶이 서러워 수녀가 된 딸에게 보내는 구구절절 서글픈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마땅히 사설처럼 이 작품은 해남 말씨로, 노모의 목소리로 구슬프게 낭송해야 한다. 해남에서 온 편지도 마찬가지로 처음 낭송한 대로 지금까지 그대로 낭송하고 있다. 시의 의미 내용이 낭송의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낭송은 허공에 피우는 꽃이다. 낭송하며 목소리는 사라져도 여운은 남는다. 사라지는 소리처럼 일회적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 될 수는 있으나 해당 작품 낭송의 기본 틀은 같다. 그러니 매번 낭송할 때마다 지고지순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자세와 몸짓, 시선과 눈빛과 목소리의 운용은 더할 수 없는 극치를 이루어야 한다.

 

님의침묵 전국시조낭송대회

 시조는 향가 이후 면면히 계승 발전해온 우리나라 고유의 서정시 양식이다. 조선 시대에 시조는 음악예술로 향유되었고 그 노랫말이 바로 시조다. 20세기에 들어, 시조는 음악예술이 아닌 인쇄매체에 발표하여 눈으로 읽고 감상하는 문학예술 곧 서정시 양식으로서 현대시조라는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일본을 거쳐 서구의 시가 들어오고 편향적 지식인들이 서구의 시를 확대 재생산 하면서 우리의 시는 자유시만 있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시조는 청산해야 할 조상들의 못난 문화유산으로 치부하여 외면해버렸다.

그러나 시조 3장이라는 정형양식을 백안시하는 풍조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혈맥에 흐르는 시조의 가락은 도도히 흘러넘쳐 오늘 현대시조의 기반은 공고해졌다. 20세기 전반의 이병기, 조운, 이은상, 이호우, 김상옥, 정완영 등의 시조 석학들이 닦아놓은 반석 위에서 후학들은 현대시조 100년 고유제를 지내고 현대시조 200인 선집까지 기획한 업적을 쌓아 올렸다. 현재는 1000명을 상회하는 시조시인이 있고, 시인들이 꾸려가는 시조전문지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동인지와 개인 시조집 발간도 연간 백 권을 상회한다. 그러나 좋은 시조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하여 전국적으로 열리는 시낭송대회에서 시조가 낭송되는 사례는 별무한 실정이다.

시낭송가협회도 많고 전국적인 시낭송대회도 많지만 시낭송이나 시낭송대회를 위한 낭송하기 좋은 시조집은 없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유심시조아카데미에서 시조낭송대회를 기획하면서 만해축전의 일환인 제1님의침묵 전국시조낭송대회를 주관하게 되었다. 향후 낭송하기 좋은 시조 100을 기획시리즈로 발간하기로 한다. 그 첫 번째 기획이 세상의 가장 안쪽이다.

낭송하기 좋은 시조 100기획의 목적은 시낭송대회에만 있지 않다. 낭송하기 좋은 시조를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의미 내용을 잘 헤아려 알게 되고, 시조낭송을 잘하게 되면 절로 시조의 리듬이 따라붙고 시적 감흥이 일어 시조를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것이다. 나의 시조를 내가 아름답게 낭송한다는 일. 시조를 알게 되고 시조낭송을 좋아하여 즐겨 지을 수 있는 시조시인이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리나라, 한국인이 먼저 시조의 향수자가 되자는 것이다. 한국인이 모두 시조를 알고 좋아하여 즐겨 짓게 된다면 시조의 세계화를 굳이 외치지 않아도 된다.

 

 낭송시조, 어떻게 고를까

 현대시조 가운데 낭송하기 좋은 시조 100편을 가려낸다는 것은 말이 아니다. 낭송하기 좋은 시조 100편을 골라낼 수 없다는 것이다. 숨어 있는 좋은 시조 가운데 어떻게 100편만을 가려낸단 말인가. 따라서 이번 기획의 작품 선정 기준은, ‘시란 정을 뿌리로 하고 말을 싹으로 하며 소리를 꽃으로 하고 의미를 열매로 한 글이라는 백거이 선생의 말씀에 두었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는 시. 시어가 유려하고 자연스러워 아름답게 낭송할 수 있는 시. 의미 내용이 분명하여 청중에게 전달이 잘 되는 시. 다시 말하면, 어렵지 않아 누가 읽어도 좋은 시와 비유가 새롭고 재미있는 시가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본적인 선정 기준이지만 모든 시가 이런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 가운데 몇 가지만 보여준다 해도 넉넉하다. 이런 시도 있고 저런 시도 있기 때문이다. 시가 너무 길면 낭송을 잘 해내기가 어렵고 너무 짧으면 역량을 다 보여주기가 어려우니 적당한 길이가 좋다. 그러나 짧은 시 속에서도 낭송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단시조의 경우, 내용을 단 한 번 반복할 수 있으되 똑같은 반복이 아니라, 시적 감흥과 정감의 심화를 표현하는 낭송이어야 한다. 낭송시조의 선택은 낭송자의 감식안을 보여준다. 아무튼 100편을 가려 뽑으며 좋은 시조를 많이 만났으나 다 올릴 수 없으니 두 번째 기획을 도모하는 수밖에 없다.

 

 시조낭송 어떻게 할까

 낭송자의 성량이 풍부하여 목청이 좋고 음색이 고우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꾀꼬리가 새라면 까마귀도 새다. 까마귀는 개성적인 까마귀의 목청으로 낭송시를 잘 소화하여 의미 내용과 정감을 몸과 마음으로 잘 표현하여 전달하면 된다. 꾀꼬리만이 새는 아니다. 그러니 어떤 시를 선택하여 어떻게 낭송하는가가 중요하다.

의미 내용이 슬픈 시라 하자. 그렇다면 낭송자의 음성은 거기에 맞춰 운용되어야 한다. 슬픈 표정과 슬픈 정서를 표현하는 소리의 빛깔과 강약, 고저와 장단이 한편의 판소리이거나 노래처럼 연주되어야 한다. 판소리에는 고수의 북장단과 청중의 추임새가 있다. 노래에는 관현반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낭송은 오직 낭송자의 몸짓과 표정과 음성만이 전담하는 종합예술이다. 시낭송은 배경음악이나 소도구 없이 오로지 낭송자의 몸짓과 표정과 음성만의 독주다. ‘님의침묵 전국시조낭송대회의 취지는 여기에 있다. 시낭송을 번거롭게 하기보다는 낭송에 전념하여 시의 전달과 시의 향수에 오롯이 젖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시조를 알고 낭송을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시조를 지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낭송

 시조낭송을 위하여 규격화된 낭송법이나 소리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일상의 말을 하듯 자연스럽게 하되 시의 분위기와 의미 내용이 청중에게 전달이 잘되도록 한다. 청중이 잘 알아듣고 시의 느낌과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도록 천천히 또박또박 낭송한다.

낭송(朗誦)은 밝을 랑, 욀 송의 조합이다. 낭송자의 목소리를 좀 높여 또랑또랑하게 외워서 청중에게 시적 감동의 물결이 가닿게 해야 한다. 그러니까 낭송에 적합한 시는 울림이 있는 시다.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풍경과 이미지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없다. 감각을 쇄신할만한 발견이나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야 한다. 그것이 청중의 마음을 흔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의 마음을 흔들려면 낭송시의 철저한 이해와 그에 따른 감정이입이 중요하다. 낭송시 앞에 서면 낭송자의 표정이며 몸짓이며 눈빛이며 음색이 그 시의 채널로 바뀌어야 한다. 그 시의 채널에 맞추어 낭송자의 감정이 이입되고 그 감정에 따라 목소리가 운용되어야 한다. 청중을 쥐락펴락하는 시낭송의 힘은 크고 고운 목소리에만 있지 않다. 낭송자는 마이크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낭송의 기본 갖추기에 있다. 우선 낭송할 때 자세를 바르게 한다. 턱은 살짝 내리고 발은 어깨너비만큼 벌린다. 몸은 자연스럽게 힘을 빼고 호흡을 잘 조절해가는 가운데 마음으로 청중을 감싸듯 바로 서서 바라본다. 시선은 고정하지 않고 낭송의 전개에 따라 자연스럽게 청중에게 시선을 주기도 하고 시선을 거두기도 한다. 낭송에 들어가면, 낭송시 원문에 나타난 시어를 표준발음법에 따라 제대로 명확하게 발음해야 한다. 시어와 시어, 행과 연의 띄어서 읽기와 이어서 읽기 또는 휴지(休止)와 낭송의 흐름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 내용에 따라 자재롭게 변용하여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시낭송을 원만하게 하려면 단전 복식호흡으로 깊은 호흡을 하여 들숨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들숨에 아랫배를 불룩하게 하고 한껏 숨을 들이마시고 멈추었다가 천천히 내쉬는 호흡법이 몸에 배어야 한다.

시조낭송은 목소리로 피우는 허공의 꽃이다. 소리는 사라져도 여운은 남는다.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읽고 소리 내어 읽는 좋은 시조의 여운이 저마다의 가슴 가슴에 남아 시조를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정감 있게 또랑또랑 시조 외우기가 생활화되기를 희망한다.

 

2017년 수양벚꽃 날리는

양재천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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