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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무심코 펴 든 시집 속에서

2016.12.07 06:43

최선호 조회 수:18

 

 

무심코 펴 든 시집 속에서

 

 

 


     무심코 펴든 시집 속에서
     만난 당신은
     봄비를 맞고 섰는 들꽃나무
   

     발가벗은 알몸에 순백의 물기가 흐르고
     범치 못할 씨와 날로 짜 느린 살결
     물 오른 가지 사이 반쯤 가린
     여류시인아

  

     시를 어렵게 쓰지 않고
     쉽게는 더 쓸 줄 모르지마는
     쉬운 말로 쓴다고 쉬운 시가 아니라더니
  

     두어 서넛 돋아난 아기 이빨처럼
     종이 위에 놓여진 몇 개 낱말로
     겨울 산같이 얼어붙은 이 가슴속에
     흥건히 풀리는 강물을 놓는다야!

   

     그대 죽어 풀리는 설움
     밤마다 끊어내던 붉은 핏줄은
     이렇게 변하여 사랑으로 오는가

   

     그래, 두고 사랑이거라
     무심코 펴 든 시집 속에서
     만난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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