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 시집-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
2019.05.31 00:40
본협회 서연우 시인의 시집 "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책소개]
서연우 시인의 첫 시집 『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가 천년의시 0096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3년 『서울문학인』 시 부문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현대의 불모성과 마비, 세계와의 불화, 단절, 삶과 죽음 등의 문제를 일상에서 예리하게 포착하여 시적 이미지로 묘사하는 데 주력해 왔다. 시집 『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는 아름다움에서 추함을, 추함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동시에 어둠 속에서 빛을, 빛의 광채에서 허무를 발견하는 시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이미지로써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승희 시인은 시집 『빗소리가 길고양이처럼 지나간다』에 대하여 “여성적 삶과 일상 속에서 죽음과 허무를 포착하는 묘사도 섬세하며 기본 정조情調인 멜랑콜리와 더불어 무채색의 배경 이미지들이 절망적이고 막막한 현대성을 드러낸다”라고 평했다. 시인은 현대의 불연속적 세계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여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의 이미지를 무채색의 배경 속에 풀어놓음으로써, 삶의 덧없음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때 절제된 언어와 반투명한 이미지, 탁월한 비유, 차분한 어조로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시적 사유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삶에 대한 성찰을 가능케 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이, 서연우 시인의 희망 노래에는 언제나 허무와 절망이 도사리고 있어서 우리의 가슴에 쓸쓸함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서연우 시의 매력은 이러한 존재의 쓸쓸함 속에서 실존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일일 것이다.
폐서적
서연우
비가 내렸다
빗소리는 도둑고양이처럼 지나갔다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몸뚱어리는 그물 같은 곰팡이 옷을 입고
민트빛 이마에 새겨졌던 이름은 해독할 수 없는 상형문자로 남았다
얇디얇은 갈비 짝마다 낡아빠진 활자들은 전설에 잠겨있다
누군가 꾹꾹 눌러쓴 펜 자국들은
여태 숨 죽여 기어 다니는 벌레들의 연명
지금은 하루의 어디쯤일까
나에겐 시간이 멈춰버린 지 오래다
내가 정설이었던 신선한 기억만이
솜안개 의식 속에서 깜박거린다
신문명에 도살당한 것도
노쇠한 정객으로 유배된 것도 아니다
잊혀지기 싫어 몸서리치는 늙은 여자는 더더욱 아니다
살아서 나간다면
추억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진열장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래된 타자기와
백 년 전쯤 인물의 전기 옆이면 좋겠다
그들의 손가락에 닳아 남은 형체는
나에 대한 기억을 놓지 않을 것이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나는 눈을 감고
민트빛 꽃 속에
가물거리는 의식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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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시인께
축하합니다.
시집 제목이 가라앉은 제 울음을 흔들어 깨웁니다.
격있는 시의 행간마다
긴박한 삶의 박자
천천히 향기가 번저오네요!
그러면서 흡향합니다.
뾰족한 의식을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