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겸디며

2018.08.17 10:22

최동민 조회 수:4

더위를 이기며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최동민

 

 

 

 

   

  더위를 피해 이른 새벽에 농장으로 나갑니다. 불볕더위와 오랜 가뭄으로 시들시들 축 늘어진 작물들이 생명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듯이 간절한 사람에게 원하는 선물을 주어야 기뻐합니다. 요즘은 비는 오지 않고 뜨거운 햇볕 아래 땅이 사막과 같이 타들어 갑니다. 물이 적셔져 촉촉한 땅이 되어야 나무가 자랄 수 있습니다. 물을 기다리는 작물에게 시원한 물을 흠뻑 주어서 땅을 배부르게 해 주었습니다. 시들시들한 고춧잎들이 생기를 얻어 즐겁고 신이 나 보였습니다. 유례없이 지속되는 더위와 가뭄으로 작물이 다 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도 물을 주지 못하는 농부의 마음은 타 들어갑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물주기를 마치고 아로니아베리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검게 익어가는 아로니아가 나의 일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보다 열매가 작고 좋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예전에는 이것을 먹지 않았는데 불볕더위로 잘 익은 열매의 달콤한 맛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큰소리로 새들을 쫒아 버렸습니다. 그러나 내가 쫒는다고 막을 수 없는 일임을 알고 후하게 인심을 썼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마음껏 먹어라 하며 후하게 인심을 썼습니다. 이제는 새소리도 즐겁습니다. 신이 난 새들이 저희들의 먹을 것을 손대지 말라고 지저귀며 소란을 피웁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날씨가 너무 더워 땀이 비 오듯 합니다. 땀이 빗물처럼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장화 속이 질척입니다. 수확을 다하는데는 일주일 정도 걸렸습니다.

   작물들은 때에 맞춰 씨를 뿌려야 합니다. 때를 놓치면 실패합니다. 또 싹이 잘 트고 자라도록 환경을 기호에 맞추어주어야 합니다. 새싹이 돋아서 튼튼하게 자라도록 살펴보며 정성을 들이고 때론 벌레도 잡아주고 방제약도 뿌려주며 어린아이에게 예방주사를 놓아주듯이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해주어야 쑥쑥 자랍니다.

   입추가 지나고 처서가 곧 돌아옵니다. 우리나라의 날씨는 봄가을이 없는 것 같아서 덥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면 어느새 시원하고 쌀쌀해 집니다. 처서가 10일 정도 남아서 김장용 채소를 가꾸어야 합니다. 거름을 주고 땅을 관리해서 씨앗을 뿌리도록 준비를 했습니다.

 농장은 나의 일터입니다. 좋은 습관 중의 하나가 매일 일을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요즈음과 같은 날씨엔 밭에 나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가야 했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보람을 느낍니다.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주변의 여러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 이런 것을 기대하면서 즐겁게 땅을 파고 씨를 뿌립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있으면 더위에 짜증이 나고 답답합니다. 그래서 피서하기 좋은 곳을 찾아 봤습니다. 물론 은행이나 관공서도 피서하기 좋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할 일 없이 은행에서 피서를 할 수 없어 우리 아파트의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어린이와 그 어머니들과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의 장사진처럼 질서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명리연구를 펴 놓고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젊은 엄마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습니다. ‘명리 공부하세요? 제 사주를 보아주실 수 있어요?’ 하며 다가왔다. 나는 어떻게 내가 명리공부를 하는 줄 알았을까 궁금해 하며 흔쾌히 응낙했다. 나의 첫 시험대이다. 스마트 폰으로 시 사주를 넣으니 바로 나왔다. 하나씩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자기의 처지를 딱 알아 맞춘다며 무릎을 쳤다. 내 마음도 흐뭇했다. 그리고 끝으로 사주가 아무리 좋아도 운이 좋은 것만 못하고 운이 아무리 좋아도 본인의 의지만 못하다며,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저녁을 먹고 집근처의 시립도서관으로 갔다. 공부에 집중이 잘 되고 피곤함도 몰랐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나하나 열심히 정리해 나갔다. 주변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예쁘게 보였습니다. 가끔 바람을 쏘이며 밖에 나와 팔과 어깨를 돌리며 운동도 했습니다. 도서관은 휴일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다시 한 번 국가와 사회에 감사하며 많은 젊은이들이 하루 빨리 일자리를 찾기를 기대합니다.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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