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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뻐꾸기,도시에서 울다
2007.02.15 06:44
뻐꾸기, 도시에서 울다
행촌수필문학회 이점순
지금으로부터 한 16~7년 전‘외궁’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다. 면소재지라고는 하나 주민들의 집 십여 채와, 술밥 향기가 구수한 주조장과, 정류소를 겸한 작은 가게와 식당을 겸한 정육점 그리고 아가씨 없는 다방과 학교 그밖에 몇 개의 관공서가 전부인 동네였다.
그때도 시골을 떠나는 인구가 눈에 띄게 많았었다. 해마다 도시로 전학을 가는 아이들 때문에 우리도 덩달아 조급하였다. 자녀교육이라는 미명아래 우리도 그 곳을 떠났으니까. 그렇잖아도 조용하던 마을이 마침내 이웃집 아저씨의 숨소리까지도 들릴 것만 같았다. 거의 20여 년 전의 일이니 지금은 오죽할까. 얼마 전에 가보니 두 개의 초등학교가 통합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도 학생수는 겨우 몇 십 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방송이나 신문보도를 보면 전원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귀농을 유도하는 사업이 정부의 주관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년을 맞은 5,60대의 연령층이 시골에 정착하여 제2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과 잘 맞는 일이다. 논과 밭두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의 향수와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땅의 기가 물씬 나는 농촌의 삶도 좋을 것 같다. 나도 농촌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 중 하나다.
마을이 한 여름 뙤약볕에 토실토실 여물어 가고 뜨거운 여름 한낮을 툇마루에서 식히는 일은 시골사리의 또 다른 별미라고나 할까? 작은 텃밭의 푸성귀로 흡족한 점심식사를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던 그 때 그곳은 내겐 작은 천국이었다.
더워서 잠시 쉬겠노라 마당에 퍼질러 앉아 빨랫줄의 작은 아이 바지와 농담을 나누고 있을 때 때맞춰 앞산 소나무 사이에서 뻐꾸기가 긴 울음을 울었다. 내가 지금도 그리워하고,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한 그 소리의 여운이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귀에 삼삼하다.
그때부터 좋아한 뻐꾸기 소리를 자주 듣고 싶어서 거실의 벽시계도 뻐꾸기시계로 바꾸었다.
재작년 여름, 참 무덥기도 하던 날이었다. 돌돌거리며 돌아가던 선풍기도 더운지 열이 펄펄 났다. 손에 든 책은 시든 배추처럼 축 처져 마루에 떨어지고 살포시 든 잠결에도 힘찬 뻐꾸기소리가 들렸다.
‘아파트만 가득한 이곳에 웬 뻐꾸기 소리?’첫사랑을 다시 만난들 이렇게 반가울까? 그런데 뻐꾸기는 다음날도 더위가 절정에 달아오를 무렵 또 울었다. 며칠 동안이나 뻐꾸기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고 뻐꾸기소리를 좋아했던 나를 기억하는 것처럼 울어주었다.
10분 거리에 사는 작은 시누이가 놀러 왔다. 그때 또 뻐꾸기가 울었다. 손님이 오신 것을 아는 양 더 크게 울었다.
“아가씨, 우리 동네엔 뻐꾸기도 있어요. 그 동네엔 없지요?”
슬쩍 약을 올리는 투로 말하는 내게 시누이는 손바닥으로 마루를 치며 웃었다.
“하하하, 언니, 이 뻐꾸기 누구네 것인지 몰라요?”
“응?”
“저기 새로 생긴 나이트클럽에서 날리는 뻐꾸기야.”
그러고 보니 전에 울리던 그 은은한 소리와는 생판 달랐다. 배신감을 느꼈으나 그동안 즐거웠던 시간들을 생각하며 용서(?)하기로 했다.
뻐꾸기가 우는 시골로 다시 들어가 살 수는 없겠지만, 나만의 소원을 말하라 하면 당연히 시골로 가고 싶다. 아이들도 다 결혼하고 나면 풀냄새가 나풀거리고, 뻐꾸기가 한가로이 울며, 내 소녀시절의 추억이 아로새겨진 그 시골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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