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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선물
2007.02.16 07:28
선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기) 이수홍
주어서 기분 좋고 받아서 기쁜 게 선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선물을 주고받는다. 응아! 하고 태어날 때 입에 물려준 어머니의 젓이란 선물부터 금방 받은 선물에 이르기까지를 생각하면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차곡차곡 기록해두지 않는 한 주고 받은 걸 다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성싶다.
겨레의 큰 명절인 설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주고받는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하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내가 수없이 받은 선물 중에서도 유독 자랑하고 싶은 선물이 있다.
내가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해마다 설과 추석에 잊지 않고 꼭 선물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군산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吳사장과 鄭사장 그리고 전주의 池, 朴사장이 그들이다. 오, 지, 박 사장에게는 아들이 서울에 살고 있어 역귀성을 하니 집에 사람도 없다는 핑계를 대고 보내지 말라고 하였더니, 지금은 보내지 않는다. 정 사장은 지금도 끊임없이 보낸다. 방금도 그가 보낸 선물이 도착했다. 내가 군산을 떠난 지가 23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변함없이 선물을 보내주는 그 정성이 한없이 고맙다. 선물을 받은 나는 전화로 감사하다는 뜻만 전하려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2001년도 내가 인간문화재 洪 선생님에게서 북[鼓法]을 배울 때였다. 어느 날 북을 배우고 나오는데 선생님이 나에게 보약(녹용약) 한 제를 선물로 주셨다. 선물을 받았는데 기왕에 먹고 있는 보약이 있으니 나더러 먹으라는 것이었다. 거절을 못하고 받아왔다. 보약이 들어있는 가방 속에는 선생님께 선물한 사람의 명함도 들어 있었다. 그 사람은 선생님께 판소리를 배우는 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 보약을 몇 팩 먹다가 소화가 잘 안되어서 체질에 맞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먹지 않았다.
그때 우리 집 옥상에 밭을 만들어 배추를 가꾸고 있었다. 나는 그 보약을 배추밭에다 뿌렸다. 아내는 선생님이 주신 보약인데 그러면 도리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불경(不敬)이라고 생각지 않고 먹는 방법만 다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잖아도 정성스레 가꿔 잘된 배추가 녹용 약을 먹더니 무척 탐스럽게 잘 자랐다. 그해 김치는 유난히도 감칠맛이 있었다.
아마도 한약을 복용한 문화권내의 사람 중에서 배추밭에 녹용약을 뿌려서 가꾸어 먹은 사람은 우리 식구들뿐일 것이다. 나는 선생님이 주신 그 보약을 고법기교촉진제(鼓法技巧促進劑)라고 이름 붙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형님이 다녀가라고 해서 서울에 갔었다. 형님과 단둘이 서울 거리를 걷는데 형님의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형수님 전화임을 알 수 있었다. 내 얼굴이 수척하다고 보약 한 제 지어주라는 전화였다.
형님은 나를 데리고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약방을 찾아가서 보약 한 제를 지어 주셨다. 다음날 택배로 도착한 그 보약을 열심히 복용하고 있다. 어느 보약인들 정이 깃들지 않은 보약이 있으랴만, 형수님의 정이 녹아들어 있는 이 보약은 소화도 잘되며 나의 피와 살이 되고 있다.
“옥상에 배추밭이 없어 다행이네요!”
이런 아내의 농담도 소화제 역할을 했다. 나는 이 보약은 내 혈육이 될 뿐 아니라 수필창작능력촉진제(隨筆創作能力促進劑)로 알고 먹고 있다.
내가 다닌 구례중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다. 2학년이 되어 어느 따스한 봄날 오산(鰲山)아래 섬진강변으로 소풍을 갔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S누나가 나에게 오징어 두 마리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 선물을 받는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옆에서 본 친구가 왜 얼굴색이 홍시 색깔이냐고 했던 일은, 지금도 선물을 받을 때마다 떠오르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이다.
나에게 선물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황금 복 돼지해인 정해년 설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모든 사람들마다 어느 해보다도 더 훈훈한 정과 사랑이 넘치는 복된 명절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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