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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새해 새 출발

2008.01.14 06:55

김병규 조회 수:88 추천:8

새해 새 출발                                         행촌수필문학회 김병규 새해 첫날 나는 산행을 나섰다. 새날에 눈부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경쾌한 출발은 아닐지라도, 새롭게 시작하려는 포부를 지니고 내딛는 희망의 길이었다. 고희를 넘긴 체력에 맞는 길을 선택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려는 출발이었다.  무자년 첫날 새아침에 내가 걷는 길은 푸짐하게 눈이 내린 산길이었다. 세밑에 내린 눈 위로 송이송이 눈이 쌓인 길을 걸을 때, 짜릿한 쾌감이 솟아오르고 아련한 그리움이 가슴을 적셨다. 그 순간 내가 평소에 그리던 꿈이 떠올랐다. 청년의 꿈같은 희망이 다가와 가슴마저 부풀었다. 세밑에 내린 탐스런 눈은 하늘이 주신 은총이라 했던가? 올 한 해는 온 세상 사람들이, 눈 덮인 세상처럼 공평하고 밝게 살라는 하늘의 계시(啓示)로 느껴졌다.   어머니의 가슴처럼 포근한 모악산(母岳山)은 그날따라 눈이 가득 쌓인 설산이었다. 계곡에는 정화수보다 더 맑은 물이 혈맥처럼 흐르고, 가파른 등산길은 유리알 같이 미끄러웠다. 머리에는 눈송이가 나비처럼 살금살금 내려앉고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피었다. 눈 내리는 모악산은 어머니의 정겨운 품이 아니고, 몸과 마음을 닦으라는 고행의 설산 같았다. 등산객들이 띄엄띄엄 오르고 있었다. 저마다 새해의 소망을 가슴에 담고 활기찬 도전정신으로 설산에 오르는 것이리라. 그들은 한결같이 신발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있었다. 모두가 준비된 등산객들이었다. 우리 일행은 아이젠도 없이 산에 오르고 있었다. 미끄러운 산길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위험하다. 준비 없이 도전한 등산길은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발을 옮길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아이젠을 찬 사람들은 거침없이 걸었으나 우리는 대원사까지 오르는데도 미끄러지고 넘어지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려올 때는 오를 때보다 더 힘겨웠다. 준비 없는 도전은 매사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산을 다 내려와 평지에 이르렀다. 일행 중 한 친구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쿵하고 넘어졌다. 그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나는 그 친구를 부축했다. 다 내려왔기에 긴장을 풀고 방심한 탓이었다. 넘어질 때는 절대로 팔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등산객의 기본 상식인데 그는 왼 팔에 힘을 주는 바람에 팔을 다쳤다. 인생길에 준비 없는 출발이나 방심은 실패가 따른다는 교훈을 얻은 산행이었다. 인생을, 하룻길 여행에 비유하는 것은 참으로 그럴듯한 일이다. 하룻길 여행에서 인생의 모두를 경험하고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의 하룻길엔 모악산의 등산로처럼 평탄한 길이 있고, 가파르고 미끄럽고 험한 길이 있다. 모악산 등산을 하노라니 나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준비 없이 출발했던 내 지난날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넘어질 때가 많았고, 상처의 고통 속에 몸부림칠 때도 있었다. 그 고통을 의지로 극복하며 새로 시작하는 환희의 순간도 맛보았었다. 고통과 슬픔이 있었기에 그 과정을 극복하는 보람찬 순간을 맞을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도 얻을 수 있었다. 미풍에 실린 바람결에서 태풍을 감지하고 출항을 중지하여 풍파를 면한 오랜 어부처럼, 고난의 길에서 얻은 경험으로 더 큰 고난을 면하며 떳떳하게 살아온 내가 아니었던가? 준비 없는 모악산 등산길이 준비 없이 살아온 내 인생의 축소판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제 다시 돌이켜 보면 고난을 극복한 삶의 환희가 나의 자랑이기도 하다.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남아있는 길이 나에겐 더 소중하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삶에 알맞은 목표를 두어,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키고 실행하여 노년을 보람차고 아름답게 보내리라. 1.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자신을 속이거나 아웃을 속이지 않는 크고 넓은 마음을     지니고 살겠다. 2. 모나지 않게 살 것이며, 편견이나 아집 없이 물처럼 순수하게 순리로 살겠다. 3. 남을 이기려 말고 자신을 이기려고 노력하며 살겠다. 4. 무엇에 쫓기는 듯 서두르지 말고, 잠시라도 하던 일 멈추고 뒤돌아보며 바다처      럼 가슴에 포용하는 넓은 마음으로 살겠다. 5. 자신의 부당함을 헤아리고 작은 허물이라도 부끄러워하며 참회하는 양심으로     살겠다. 6. 새로운 일에 호기심과 열정으로 탐구하여 시대감각에 뒤지지 않는 처신으로 인     정 받으며 살겠다. 7. 내가 걸어온 바로 그 길을  젊은이들이 걸어갈 테니, 그들에게 경험담을 들려     주고 용기를 주며 뒤에서 밀어주고 박수를 쳐주며 살겠다.    “나도 저렇게 멋지게 늙어가고 싶다.”며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노인이 되고 싶다. 그 길이 비록 고행의 길일지라도 나의 소망으로 여겨 정진할 것이다.                       (2008.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