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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바람 外 · 박재삼

2011.06.08 19:13

arcadia 조회 수:483 추천:8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의 바람







    박 재 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貪)을 내는 사람아.





















    울음이 타는 가을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죽은 가을江을 처음 보것네.


















    봄바다에서







박 재 삼


1

화안한 꽃밭 같네 참.

눈이 부시어, 저것은 꽃 핀 것가 꽃 진 것가 여겼더니,

피는 것 지는 것을 같이한 그러한 꽃밭의 저것은 저승살이가
아닌 것가 참.
실로 언짢달 것가 기쁘달 것가.

거기 정신없이 앉았는 섬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살았닥 해도 그 많은 때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숨소리를 나누고 있는 반짝이는 봄바다와도 같은

저승 어디쯤에 호젓이 밀린 섬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 것가.




2

우리가 소싯적에, 우리까지를 사랑한 남평 문씨 부인은,

그러나 사랑하는 아무도 없어 한낮의 꽃밭 속에
치마를 쓰고 찬란한 목숨을 풀어 헤쳤더란다.

확실히 그때로부터였던가, 그 둘러썼던 비단 치마를 새로 풀며
우리에게까지도 설레는 물결이라면,
우리는 치마 안자락으로
코 훔쳐주던 때의 머언 향내 속으로 살닳아 마음닳아 젖는단 것가.




3

돛단배 두엇, 해동갑하여 그 참 흰나비 같네.

















박재삼 (朴在森,1933~1997) Profile







1933년 그는 4살까지 일본 동경에서 출생,
4살 때까지 살다가 어머니의 고향인 삼천포로 온다.
초등학교 졸업 후 삼천포여중에서 사환 노릇을 하는 마음 아픈 시절을 보내다가 교장의 도움으로 야간중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2학년 때 생애의 전환점이 된 김상옥 시인과 만난다. 그분을 국어 교사로 모시게 되면서 시를 공부
하게 된 것이다.
삼천포고를 졸업한 뒤, 1953년 《문예》지에 모윤숙 여사로부터 <강물에서>로 첫 추천을 받고, 이어 1955년 《현대문학》에 <섭리>(유치환),
<정적>(서정주)으로 추천 완료, 데뷔한다. 1955년엔 《현대문학》 창간과 함께 편집 사원으로 입사,
1963년까지 근무한 뒤 고대 국문과에 입학해서 다니다가 3학년 때 중퇴를 하다.



1957년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 1961년 구자운, 박성룡, 박희진,
성찬경 등과 함께 <1960년대 사화집詞華集>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1962년 처녀시집 《춘향의 마음》을 출간하고, 1963년 《문학춘추》 창간에 참여하여 1년 동안 근무한다.
이어서 1965년 《대한일보》 기자로 입사하여 3년간 근무. 1967년에 <문교부 문예상>을 수상한 뒤,
1970년에 제2시집 《햇빛 속에서》를 펴내고 이때부터 《서울신문》 《대한일보》 《국제신보》 등에
바둑 관전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실질적으로 가사를 돕는다.



1975년 제3시집 <천년의 바람>(민음사)과 1976년 제4시집 <어린 것들 옆에서>(현현각)를 출간하고 이를 계기로
1977년 제9회 <한국시협상>을 수상하다. 곧 제1수필집 《슬퍼서 아름다운 이야기》(경미문화사)를,
1978년은 제2수필집 《빛과 소리의 풀밭》을 고려원에서 출간한다. 이듬해에 제5시집 《뜨거운 달》(근역서재)과
1980년 제3수필집 《노래는 참말입니다》(열쇠)를 펴낸다.
계속해서 1981년 제6시집 《비 듣는 가을나무》(동화출판공사)를,
1982년엔 제4수필집 《샛길의 유혹》(태창문화사)을 출간한 뒤 제7회 노산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리다.



1983년 쉬임없는 출간은 계속. 수필선집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오상출판사)·
《바둑한담(閑談)》(중앙일보사)>·제7시집 《추억에서》(현대문학사)를
펴내면서 제10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한다. 1984년 자선시집 《아득하면 되리라》(정음사),
1985년 제8시집 《대관령 근처》(정음사)를, 제9시집 《내 사랑은》(영언문화사)과
1986년엔 수필집 《아름다운 삶의 무늬》(고려원)를 간행하고,
《차 한 잔의 팡세》(자유문학사)·제10시집 《찬란한 미지수》(오상사)를 잇달아 펴낸다.



이 해에 중앙일보 시조대상을 수상하고 시선집 《간절한 소망》 간행.
1987년 문학사상사에서 《바다 위 별들이 하는 짓》(33選)을, 그리고
《울음이 타는 가을강》 《가을 바다》 등의 선집을 발행한다.
그리곤 실천문학사에서 제11시집 《사랑이여》를 상재하고 제2회 평화문학상도 받는다.
1988년엔 시선집 《햇빛에 실린 곡조》를 펴내면서 제7회 조연현문학상을 수상.
1990년 수필집 《미지수에 대한 탐구》(문이당)와 제12시집 《해와 달의 궤적》(신원문화사)을 펼쳐낸다.
연이어 1991년, 민음사에서 낸 제13시집 《꽃은 푸른 빛을 피하고》
이후 인촌상(仁村賞)을 수상한다.



김훈은 《내가 읽은 책과 세상》(푸른숲, 1989)에서
박재삼의 ‘추억’을 말한다.



경남 삼천포 바닷가 오두막집에서의 그의 유년시절의 가난은 슬픈 전설과 같다.
어머니는 광주리로 멍게장사를 했고, 아버지는 지게로 노동을 했는데,
햇빛이 ‘쟁쟁쟁’ 내리쬐는 바다는 그 끝없는 무정형의 출렁거림으로, (…중략…)
그의 집안의 남자 어른들은 고무신짝 같은 작은 배를 타고 이 바다로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소박을 맞은 이모는 모래밭에 고무신을 곱게 벗어놓고 그 바다에 뛰어들어 죽었다.

(…중략…)

박재삼은 경남 삼천포 해안에서 3살 때부터 20살 넘도록까지 살았다.

여관 종업원으로 취직한 형이 가져다주는, 손님이 먹다 남긴 김밥을
바닷가에서 씹어먹기도 했고,
기부금이 없어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던 날도 그는 물결높은 바다와 거기에 떠가는 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멍게장수를 도와 멍게를 까며 밤을 새우던 유년시절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가난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다시 생각키 어려운 지독한 가정환경을 김훈은 이렇게 정리한다.

그의 가난은 빈곤이 아니라 ‘서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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