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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 ‘상처를 꽃으로’ - 나이듦에 대해 | Winter

2013.02.05 15:39

arcadia 조회 수:712 추천:13




유안진 시인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 “숙맥, 바보가 나에겐 멘토”












































Antonio Vivaldi - L'inverno (Winter - full version)

















 
'일상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아랫목 둘러앉아 두런거리듯'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








유안진 교수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 는 젊은 날의 애송시였다.

부러 고른 편지지에 아끼던 만년필로 또박또박 베껴 마음 맞는 친구에게
전해준 적도 여러 차례다.




유 교수가 이번에 내놓은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는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는” ‘지란지교’들과 편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다.
본인 스스로 “마치 고향집 아랫목에 어머니를 중심으로 피붙이들과 둘러앉은 기분”이라고 서문에 밝혔을 정도다.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나이듦에 대해, 또 젊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구수하면서 정겹다.
시계가 없었지만 오감으로 우주와 소통했고 그래서 오히려 더 직관력이 있었던 시절(‘시계 밥 줘라’)과
‘골목마다 아롱점박이로 익어가는 풋대추 마을과 담 너머로 풋감알 오지리 자지리 매달린 감나무 가지’(‘송편 모양이 신랑 모양인데’) 얘기는 읽는 이에게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옛날 애인이 불행하다고 하면 가슴이 아프고, 행복하다고 하면 배가 아프고,
다시 사귀자고 하면 골치가 아프다’는 속언을 거론하면서도(‘사랑은 짐이다’) 두 줄짜리 짤막한 시구로 슬며시 진심을 털어놓는 시인의 고백은 매력적이다.
“봤을까? / 날 알아봤을까?”(시 ‘옛날 애인’)



나이듦에 대해서도 피카소의 위트를 적절히 활용한다.
“애들 낙서 같다”고 지적하는 기자에게
“그렇다. 아이가 되는데 80년이 걸렸다”고 응수한 피카소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시인이 특히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그중에서도
‘꽃’과 ‘하늘’은 한글의 아름다움이 응축된 단어라고 단언한다.
‘꽃’은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꼬오옻’으로 다 모여드는 듯하고 ‘하늘’에서는 그렇게 모여 응축된 꽃향기가 상하좌우로 끝없이 울려나가는 어감을 느낀단다.

심지어 하늘의 ‘ㅎ’을 쓸 때도 첫 획을 눕혀 쓰지 말고 세워 써야 하는데 그것도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써야 날아갈 듯한 느낌을 제대로 담을 수 있다고 말한다.



뿐이랴. 보라색도 도라지보라, 진달래보라, 오동보라로 구분했던 어머니의 어휘구사력이나 문 닫고 들어와,
문 잠그고 나가 등 모순 어법의 절묘함도
시인에겐 여전히 경탄의 대상이다.



삶을 관조하는 시인은 이제 모자란 곳에서 충만함을 찾는다.
그의 시 ‘빈방 있습니까’의 배경이 되기도 한 일화가 자꾸 귓가에 맴돌아 여기 소개한다.



전교생이 크리스마스 연극을 하게 된 시골학교. 조금 모자란 우리의 윌리에게도 대사 하나가 주어졌다.
성모 마리아를 데리고 여관방을 구하는 성 요셉이 “빈 방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없어요”라고 대답하면 그만.
하지만 정작 무대에서 윌리는 요셉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선생님이 옆에서 속삭였지만 요지부동. 만삭의 마리아와 요셉을 멀뚱멀뚱 보던 그가 마침내 깊고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방 쓰세요.”



- 중앙선데이 제308호 | 정형모 기자 | 20130201
























 
유안진 시인 “숙맥, 바보가 나에겐 멘토”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



삶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남을 앞서고 이겨 먹어야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유안진(72) 시인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5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문예중앙)에서 “허둥지둥 살지 말자. 어리석게 살자”라고 다독인다.
“우리 삶에는 피 흘리는 경쟁만큼 용기 있는 포기와 해방과 자유와의 균형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숙맥이나 바보, 찌질이가 멘토” 라며

“숙맥 같은 사람들은 상처를 많이 받지만 더 오래가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0여 년 전 일화를 털어놨다.



스승인 고(故) 박목월 선생과 설렁탕을 먹으러 갔을 때다.

감히 선생님 쪽에 놓은 소금 그릇을 달란 말을 못해 간도 되지 않은 설렁탕만 먹었다.
그런 그를 보며 박목월 선생은 ‘저리 숙맥 같으니 시는 잘 쓰겠구나’ 생각했다고 어느 글에서 밝혔다.



그는 살면서 조금은 느슨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데 산문만큼 적합한 글도 없다 했다.
“시는 알레고리와 아이러니 등이 있어야 하지만 산문은 어머니처럼 편해요.
어머니가 고쟁이 바람으로 다녀도 괜찮은 편안함이 있잖아요. 모든 글이 다 산문, 수필이 되니까.”



그러면서 헐거운 마음이 갖고 있는 장점은 홍시에 비유했다.

“나이가 드니 마음도 약해지고 여려져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되네요.

독기가 없어진 거죠. 그런데 생각해요. 항상 땡감이면 맛있겠나.

땡감이던 시절을 지나 단감도 지나고 홍시가 돼 흐물대는 거라고.”

따뜻한 그의 시선을 거쳐 나오는 삶에 대한 통찰은 말랑한 홍시 같았다.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녹아내리 듯 읽는 이의 마음에도 그렇게 슬며시 녹아서 번졌다.

- 중앙일보 하현옥 기자 2013.01.31



 
“성공, 성공 하지 말고 포기 아는 것도 용기”



“사랑은 짐스럽기 때문일까? 나 혼자서 사랑하고 나 혼자서 울고불고
그러다 제 풀에 지치는 식이 내 식이었을까?
지금도 나는 압도적인 사람, 강한 사람이 싫고, 밀어붙이는 ‘무데뽀’가 싫고, 내 뜻과는 다르게 밀리고 끌려다니고 시달리는 건 싫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내 식을 배려하지 않는 그 무엇도 나는 싫다. 사랑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전부여야 한다.”



유안진(72·사진) 시인이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문예중앙)를 펴냈다.

일상의 편린을 담은 산문집은 낮은 것에 공감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위로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시인은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나아가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있다고, 시간에 쫓겨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몸을 부딪혀 얻은 삶 속의 깨달음이기에 글들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예컨대 이런 대목.



“성공, 성공 하지 말자. 위대한 실패는 성공보다 빛난다.
열정, 열정 하지 말자.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메달을 향한 열정보다도
메달을 포기할 줄 알고,
어떤 때 어떤 일에 그래야 하는지를 가릴 줄 아는 분별력과 자유로운 정신과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진정한 용기일수록 어리석다. 세상에 바보가 될 줄 아는 용기야말로 참된 열정이라고, 위대한 실패가 성공보다 더 빛난다고.”



1부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낮은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얘기한다.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 용기와 희망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피며 내일을 위한 힘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말한다.
2부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에선 문학이 주는 위로를 펼쳐놓고 있다.
유 시인만의 시 쓰기에 얽힌 비밀도 곳곳에 숨어 있다.

3부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에선 가족의 따스함과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에 대한 단상을 풀고 있다.



- 문화일보 김영번 기자 2013.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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