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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

2015.07.16 06:42

유봉희 조회 수:206


   다야불로에서 만난 여우  

유 봉 희  


나무와 풀들은 따라오기를 포기한 산등성
송곳니 같은 바위들만 높게 낮게 앉아서
바람을 잘게 부수고 있다
바위 뒤에서 빠른 속도로 한 물체가 지나간다
조금 후 서서히 몸체를 드러낸다
길게 부풀려진 꼬리, 뾰죽한 얼굴
저것은 여우다
돌 하나 집어 던지면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 거리

그러나 그의 걸음은 너무나 태연하다
잠깐 맞춘 눈도 고인 물처럼 흔들림이 없다
저 조용한 몸짓은 믿음일까
본성일까 생각해 본다
인디언들이 성인식을 올렸다는
그래서 도깨비불들이 타올랐다는 이 산등성이에서
야성의 불을 눈에 켠 채
인디안을 지켜보던 눈빛도
일정 거리를 지켜 서성거리던
그 걸음은 이제 없다

홀연히 끌어 당겨진
그와 나와의 거리
그러나 그의 마음자락은 한 치 앞도 읽혀지지 않는다
오늘, 태양이 제 몸의 한 부분을 터트려
붉은 하늘을 연다는 밤
과연 그는 그의 눈에 불을 옮겨 담을 수 있을까

나는 짐짓 그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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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x I Met at Mount Diablo


The mountain ridge where trees and grasses give up climbing
Canine-like rocks, sitting high and low, bite the wind into small bits 

Something swiftly passes behind the rocks
A moment later, it exposes itself gradually
A long, furry tail, a pointed face 

Ah! it is a fox
At a distance, literally within a stone's throw
But, his gait is so composed!

His momentary motionless eyes are calm like still waters
Even when my eye made contact with his.

I stop walking to ponder,
If his composed posture is due to faith or by nature.

At the top of the mountain ridge, where
Indians hold the coming of age ceremony under the phantom's flame,
He, too, with burning flames in his wild eyes,
must have watched them.

And now,
There being no more of his rolling gait to keep that certain distance.

All of sudden, the distance between me and the fox shortens,
But I can not fathom his mind a bit.

Tonight, when the sun burst half of its body to open a crimson night,
I wonder if he will draw some flame into his eyes.

I surreptitiously walk away where he can not see me.




Only You 『 오직, 당신만이...』·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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