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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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

2021.05.11 01:32

박인애 조회 수: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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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시대를 소통하고 남기는 법 (김승옥/소설가)

문장은 언어를 고착해 영원의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다. 한번 쓴 문장은 화석이 되어 남는다.

때문에 고심을 거듭해 문장을 쓰게 된다. 시나 소설, 수필 같은 예술문은 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해 주는 예술 분야이다. 그렇다 보니 문장을 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많은 공을 들인다는 것은 바꾸어 말한다면 지나친 미문을 만들려고 고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장은 그 사람 내면의 모습이다. 인간이 얼굴은 성형이나 화장을 통해 가다듬을 수 있어도 내면은 오랜 사색과 인품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다듬어진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름다운 글을 쓰려한다면 앞뒤 맞지 않는 글이 되고 심지어 남의 글을 몰래 표절할 수 밖에 없다.

 수필은 정해진 형식이 없어 자신의 내면을 나타내는데 더 없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부터 인간의 실존 문제에 이르기까지 소재도 자유롭다. 박인애 시인은 이번 수필집 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을 통해 수필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수필은 개인과 사회의 단편사를 담아내는 역할을 강조한다.

 전업 작가들은 글만 쓰면 되지만 이민 사회의 작가들은 대부분이 일과 문학을 병행하고 있다.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틈틈이 창작하여 이민문학의 맥을 이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그들의 작품에는 이민자의 삶이 녹아있다. 그 흔적들은 먼 훗날, 이 땅을 살아갈 우리 자손들에게 살아있는 이민 역사의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고, 이민 문학사에 소중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작품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 - 문학, 그 멀지 않은 이름

 시인의 말처럼 문학은 작품의 예술성보다 시대가 지닌 아픔을 담는 게 우선이다. 이는 소설이나 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끄러운 말솜씨는 대통령의 담화나 외교관의 수사로서 충분할 터이다. 시인은 수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못났거나 잘 났거나 자기가 살아온 흔적이어서라고. 글은 진솔해야 한다. 특히 수필이 그러하다.”

 시인의 말대로 수필집 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에는 자신이 걸어온 흔적들이 담겨있다. 일상적인 삶의 모습, 세계와의 소통, 문학, 사회현상에의 관심을 주제로 한다. 시인은 누구나 내면에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을 꺼내어 열심히 글로 옮기다 보면 문학이 그다지 멀지 않은 이름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필이 특정한 형식에 제약을 가하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주변의 일들을 많이 쓰게 마련이다. 장양이모, I remember you같은 작품과 개인의 삶을 뒤바꿔 놓은 시대의 단편사 같은 주제들이 꽤 많이 수록되어 있다. 신분 문제로 한국에 되돌아가야 했던 지인에게 시인은 책 한 상자를 받았다. “무명으로 그러나 성실하게 야생초처럼. 2002년 가을.”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찬란한 봄, 어둠에 갇힌 나. 20033.” “내 수중에 있는 $20불로 이 한 권의 책을 샀다. 두 끼의 식사 대신. 현실 앞에 책을 읽는 것 조차도 사치스런 삶이 되어버렸다.”(후략) - 문학, 그 멀지 않은 이름

시인이 죽어버린 사회에서 손에 남은 마지막 돈으로 산 책이었다. SNS를 이어주는 핵심 반도체보다 얄팍해진 시대 앞에 문학은 죽어버린 셈이다.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보는 시를 썼다. 중국 문학에 정통한 스테반 오웬(Stephen Owen) 하버드대 교수는 두보는 시지프스의 신화처럼 현실을 형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현실의 돌을 들어 올리고 이상을 꿈꾸며 동경했다.”라고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설명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미, 사랑, 낭만은 삶의 목적인 거야.”라고 외쳤다고 했다. 시가 죽은 사회는 정서와 감성이 죽고 화폐라는 수단으로 가려진 약육강식의 사회에 불과한 것이다. 시인은 직접 작품에서 감성을 바탕으로 한 수필과 낯설게 하기의 방식을 직접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올해도 마른 잔디에서 제일 먼저 만난 건 민들레였다. 어떤 날은 너무 빨리 나와서 다음날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에 얼어 죽기도 했다. 안쓰러워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민들레는 그런 것에 연연하거나 꺾이지 않는다. 새로운 날에 또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라고 무언의 몸짓을 보여주는 듯했다. - 달라스의 봄

아파트는 바퀴벌레의 천국이었다. 불을 켜면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던 바퀴벌레의 모습은 밤이 깊도록 떠들다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오고 나서야 비로소 혼비백산하여 제집으로 들어가던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바퀴벌레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빨랐다. 나만 약을 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내 삶처럼 바퀴벌레와 동거하던 나 자신도 차츰 영혼 없는 벌레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 7번째 집

메마른 세상에서 추위에 얼어 죽는 것에도 연연하지 않는 것이 문학이다.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 내며 낯설게 하기를 실천하는 것이 문학이다. 이런 시인의 눈과 마음이야말로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 내는 진실한 리얼리티인 셈이다. 문학방송 팟캐스트나 책을 들으며 삶의 목적을 찾았던 30대 여인 한나 책 읽어주는 여자의 이야기는 문학과 언어, 그 자체가 살아있는 목적이 되는 것임을 시인은 말한다.

박인애 시인은 수필집 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를 통해 자신의 주위, 사회의 문제와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써 내려갔다. 수필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수필집 소개

이 수필집은 다섯 개의 묶음으로 되어 있다. 박인애의 수필집에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팩트와 진실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담담한 심정으로 자신 안에 숨겨둔 수많은 이야기들을 수필 그 안에 담고 있다. 익명의 땅에서 내 슬픔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일까, 작가는 삶의 유한성 위에 우리가 놓쳐버린 일상의 아픈 추억들을 햇살 환한 거리에 널어놓는다. 후회와 회한 그리고 가슴 아린 예감까지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다시 상기시킬 수 있는 것은 인간이다. 지나간 자신의 경험을 기억한다는 것은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작가 의식을 통하여 과거로의 여행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의 확연한 차이이다.

세계 내에 존재하는 대상과의 동일시는 주관적 감정(체험)과 정서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인애, 마법의 꽃을 만나다는 모두가 함께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 박인애의 수필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목과 불통의 시대에 소통과 치유로 우리 모두에게 그녀 안에 있는 삶에 대한 열정을 엿보게 한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드는 가을, 그 뜨거움을 박인애의 수필과 함께 존재의 눈부심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작가의 말

블루보넷Bluebonnet은 텍사스의 주화(州花)이다.

텍사스에서 태어났는지 제2의 고향에 뿌리를 내린 건지 알 수 없지만, 4월이면 어김없이 반가운 모습으로 귀환한다. 혼자 있으면 보잘것없어 보여도 무리 지어 있으면 혼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운 꽃. 그래서 인디언들이위대한 영혼이라는 꽃말을 선물했는지도 모르겠다.

꽃이 내게 마법을 걸었다. 잊으라고아픈 기억이 지워진 자리마다 청보랏빛 물결이 일렁거렸다외로운 별 텍사스(Lone Star Texas)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꽃이 내게 선물한 것은 희망이었다.

두 번째 흔적에 마침표를 찍는다.

  2016년 초가을 박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