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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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물들이다

2024.02.04 04:36

박인애 조회 수: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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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애 시집 바람을 물들이다 제3의문학, 2015

  작가의 말

 그리움은 늘 한 방향으로 흘렀다.

엄살만큼 힘들었을 때조차도.

 

 바람이 구름을 밀며

창이 열리어 강물이 되면

비늘이 찢기는 물결이다가

연어는 강줄기를 붙잡고 올랐다.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바람의 창공을 향해서 말이다.

 

내게 묻는다.

왜 쓰냐고?

글은 존재를 앞선다.

허기진 언어를 부축하는 자판기의 타전 소리

통곡의 벽이 되어주었던 시,

덕분에 얹힌 밥알이 삭고 숨통이 트였다.

 

시간은 멈췄고 사유는 시간을 거슬러 간다.

삶은 관 속에 꿈을 낳고 죽음이 저만치 간다.

현실은 실상의 허구라지만

그림자는 바람을 물들인다.

 

어쩌면 궁색하고 축축한 언어들이

시간의 이삭을 줍고

나의 궤적들을 훑으며 지나 갈 것이다.

  2015년 가을을 마중하며

- 박 인 애

 

그러기에 그의 시상의 대지에는 부유浮遊하는 섬들이 있다.

그 섬에는 늘 상상과 꿈의 물이 드나든다.

그 섬의 바람에 언어로 물감을 들이는 것이다.

그것이 박인애 시인의 미적 사상의 모자이크다.

마치 현실을 직시하는 풍경의 반응은

직선에서 곡선으로 이동하는 삶의 행로이자

시간의 정서에 노출된 물감의 흔적인 것이다.

오늘도 그의 시적 미학의 나루터는 그늘이 햇볕을 줍고 있다.

그가 추구하는 시의 수레는 고독하지만

 

물들은 바람과 그 길을 갈 것이다.

 

- 안익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