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오늘:
2
어제:
4
전체:
23,506

이달의 작가

동쪽 마을에서

2020.12.02 19:05

전희진 조회 수:45

동쪽 마을에서

전희진

 

피뇬힐의 작은 산동네 마을은 언제나 노을이 파다하다

노을의 지는 힘으로 저녁 밥솥의 밥이 부글부글 끓고

설익은 산등성을 기어오르는 개들이 카요테 무리들에 맞설 근력을 키운다

무리를 기억은 없다

다만 열렬한 목소리들이 사력을 다해 하늘을 붉힐 뿐이다

어둠의 얼굴이 친숙해질 때까지 나는 카모마일티를 기울인다

어젯밤 그림자가 키우던 입의 작은 마리를 잃었다

사나운 불빛 뚝뚝 떨어진 마을의 모든 개들이

어둠에 달겨들어 한목소리로 내일을 기약했다



- 시산맥, 봄호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