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22:12
폐업
전희진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먼저 그는
구멍 난 자신의 문부터 닫아야 했다
자신의 문을 닫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흔들던 꿈을 닫아야 했다
꿈을 닫기 위해서
이십 년 뒤척이던 밤들의 불면을 닫아야 했고
청춘의 모진 국면을 닫고 그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소망을 닫고
깊숙이 닫혔던 보관함을 꺼내
좌우 모서리로 쏟아지던 청춘을 열고
꿈을 열고
자신을 열고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등을 향해 열린
꿈과 청춘과 짧은 이십 년을 모두 닫고
가게 문을 닫고
빗속으로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에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폐업 | jeonheejean | 2020.12.17 | 14 |
41 | 주제별로 살펴본 시집‘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 전희진 | 2020.12.06 | 17 |
40 | 우리는 습관성 | 전희진 | 2020.12.03 | 19 |
39 | 동쪽 마을에서 [1] | 전희진 | 2020.12.02 | 24 |
38 | 어느 목조 건물 | 전희진 | 2020.09.10 | 22 |
37 | 노인 | 전희진 | 2020.07.17 | 87 |
36 |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1] | 전희진 | 2020.05.21 | 55 |
35 | 하늘로 날아간 두 마리의 학_영화 '맨발의 청춘'(시네에세이) | 전희진 | 2020.05.08 | 28 |
34 | 일상의 무늬 | 전희진 | 2020.04.17 | 21 |
33 | 연극 관람평 ‘해나와 공포의 가제보’ [2] | 전희진 | 2020.03.14 | 33 |
32 | 선글라스의 귀환 | 전희진 | 2020.03.09 | 27 |
31 | 토스터에서 두 쪽의 빵이 구워나오길 기다리는 시간 | 전희진 | 2020.03.04 | 35 |
30 | 평일 오후 두시 | 전희진 | 2020.01.08 | 118 |
29 | 노라의 변신 | 전희진2 | 2019.12.18 | 32 |
28 | 소금사막_창작가곡제 | 전희진2 | 2019.03.22 | 46 |
27 |
테스트
![]() | 전희진2 | 2019.03.21 | 23 |
26 | (시평) 전희진의 시 '늦은, 봄'을 읽다 | 전희진 | 2019.02.03 | 102 |
25 | 맹장을 앓다 | 전희진 | 2019.01.29 | 23 |
24 |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 [2] | 전희진 | 2019.01.29 | 59 |
23 | 할 일 없는 닭처럼 | 전희진 | 2019.01.26 |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