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21:12
폐업
전희진
가게 문을 닫기 위해 먼저 그는
구멍 난 자신의 문부터 닫아야 했다
자신의 문을 닫기 위해서 그는
자신을 흔들던 꿈을 닫아야 했다
꿈을 닫기 위해서
이십 년 뒤척이던 밤들의 불면을 닫아야 했고
청춘의 모진 국면을 닫고 그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소망을 닫고
깊숙이 닫혔던 보관함을 꺼내
좌우 모서리로 쏟아지던 청춘을 열고
꿈을 열고
자신을 열고
비로소 자신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등을 향해 열린
꿈과 청춘과 짧은 이십 년을 모두 닫고
가게 문을 닫고
빗속으로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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