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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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모나크나비의 꿈속에 있었네

2024.01.19 14:36

전희진 조회 수:33

 

모나크 나비* 꿈속에 있었네

전희진



한낮이었네  미열이 올랐네

북쪽으로 북쪽 어딘가로 가고 있었네

무리도 무리도 아닌 무리 무리 무리  무늬 무늬 무늬

팔랑거림의 일단이 어지러워 어지러워서

한쪽으로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태양

아케디아 소도시의 뜨거운 뒤뜰이었네

타는 듯한 갈증으로 수영장 위를 낮게 비행하던 나는 잠시 비틀거렸네

 

무엇을 것일까

수많은 무리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후다닥 나는 순간이 있었네  차고문을 열고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가는 여자의 뒤를 쫓던 나는 그만 작은 돌더미에 나를 놓아 버리고 말았네

 

하필 그녀가 그때 앞에 나타났는지

내가 절대적 혼란의 무리 속에 있는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녀는 한쪽 발에만 신발을 걸친 무인도 적막에 표류한 사람의 표정을 지었네

휴대폰 카메라의 앵글이 절로 넓어지고 있었네

나의 미래와 과거들이 모래처럼 누누이 누설되고 있었네

 

겨울

바닷가였네

밋밋한 해안선이 허리를 돌아 누울 때마다 팜트리 하나씩 밀려오고 밀려갔네  얼굴이 검게 그을은 마야 여인네들이 행운을 가져온다는 구슬팔지를 팔고 있었네 가난한 하루해가 이마 정면에 쏟아지고 있었네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네 그녀가 어느 소년의 뺨을 후려치고 있었네

 

물결처럼 밤이 밀려왔네

이런 밤이면 그녀와 겨울 남미의 수정처럼  맑은 보석 알갱이들이 바닷물에 싸랑싸랑 씻겨나가는 소리를 들었네

열여덟 키스였네

햇볕의 테두리였네

산타모니카로 산타바바라로 로스 팔로스로 나는 다시금 날고 있었네
 

 

 

 

 -문학세계 2023